[김정래의 소원수리] 가짜 수험생보다 못한 군 입영 예정자...이대남이라서 소외했나

2021-07-0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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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육군훈련소 61명 집단감염...확진자 더 나올 수도

입영 예정자 12일 첫 백신 접종...국방부·질병청 뒷북

서욱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11일 경기도 소재의 육군 신병교육대대를 찾아 코로나19 방역현장을 점검했다. 사진은 신병교육대대 병사 부모님에게 서욱 국방부 장관이 영상통화를 연결해 통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발 늦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됐다.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날 53명에서 8명이 추가돼 77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1월 경기도 연천 육군 5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하루 60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단일 부대 기준으로 가장 많은 인원이다.

문제는 77명이 최종 확진자 수가 아니라는 점이다. 확진자들이 예방적 관찰을 위한 동일집단 격리 해제 이후 최소 2주간 다른 훈련병들과 섞여 생활하고 훈련을 받던 인원들인 데다 선제 유전자증폭(PCR) 검사 과정에서 다른 교육대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앞으로 확진자가 얼마나 더 나올지 예측조차 힘든 상황이다.

8일 병무청은 국방부 정례브리핑을 통해 질병관리청 7월 코로나19 예방접종 시행계획에 따라 7~9월 현역병으로 입영하는 대상자를 우선 접종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현역병 입영 예정자는 오는 12일 코로나19 백신(화이자)을 접종하게 된다.

'선제대응형 적극행정'이 절실했다. 9월 수능 모의평가를 신청하면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하자 '가짜 수험생'들이 몰리는 현 상황을 보면 더욱 그렇다.

가짜 수험생이 몰리는데 교육부는 오히려 시험장을 늘리고 온라인 시험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교육부와 질병관리청의 '백신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이 대변하듯 가짜 수험생 논란에도 백신 접종에 인원 제한은 없다. 결과적으로 백신 접종을 위한 꼼수는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도 교육부의 적극행정이 부럽다. 국방부는 뭘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국민을 위해 헌신하는 예비 국군 장병이 가짜 수험생보다 코로나19 백신 차순위 접종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인가. 계층 사다리를 걷어차인 '이대남(20대 남성)'들이 국가에 헌신하겠다고 군대에 입대하는데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길래 가짜 수험생들보다 못한 대우를 받으며, 군에 와서는 부실 급식에 시달려야 하는가.

지난 4월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기 위한 육군훈련소 방역지침이 훈련병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며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방역지침을 보면 훈련병들은 월요일에 입소한 뒤 다음날 1차 PCR 검사를 받고, 1차 결과가 나오는 수요일까지 3일 동안은 비말 감염 우려로 양치와 세면이 금지됐다. 화장실도 통제된 시간에만 다녀올 수 있었다.

군인권센터는 당시 성명에서 육군훈련소의 방역지침은 과도하게 개인이 위생을 유지할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배변까지 '감염 예방'이라는 명목하에 통제하는 상식 이하의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당시 국방부는 비판 여론에 떠밀려 방역지침을 완화했다. 비판 여론을 등에 업고 입영 예정자를 백신 접종 우선 대상으로 지정해 줄 것을 주장할 수 있었음에도 죄인처럼 고개 숙이기에만 바빴다. 그 결과가 2개월여 만에 논산 육군훈련소 77명 집단감염 사태로 돌아왔다.

전통적 안보보다 비전통적 안보가 더욱 중시되는 시대, 유사시 생화학전(戰)이 발발하지 않을 리도 만무하건만 국가 안보를 최일선에서 사수할 현역 입영 예정자들이 가짜 수험생보다 차순위로 내팽개쳐진 현실. 2021년 서욱 국방부의 민낯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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