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희의 참견] 매드몬스터 세계관, 어디까지 장단 맞춰야 하나

2021-07-08 00:00
  • 글자크기 설정

연예계 유행을 만든 매드몬스터 [사진=매드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시 만난 누난 너무 예뻐' 녹음 때문에 3일 밤을 새우며 '누나' 사진을 보았습니다. 전 세계 누나들을 구글링했습니다."

"가수 저스틴 비버와 주먹다짐 하면서 싸웠습니다. 자꾸 팬티를 보여주더라고요."

"화장품 광고료는 '원펀맨'에 다 썼습니다."

어디까지 장단 맞춰야 하는 걸까. 최근 연예계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가 큰 인기를 끌면서 연예인들은 새로운 이미지를 내세워 다양한 분야로 뛰어들고 있다. 방송인 유재석이 '유산슬'이라는 역할로 트로트 증후군(신드롬)을 일으켰고 개그우먼 김신영도 '다비 이모'라는 또 다른 인물로 방송가를 종횡무진 중이다.

이 가운데 유튜브 채널 '빵송국'을 운영 중인 개그맨 이창호·곽범이 사진·영상 보정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아이돌 그룹을 패러디하면서 방송가에 엄청난 유행을 선도했다. 이들은 실제 아이돌 그룹처럼 음반을 발매하고 팬들과 소통하며 열성 팬 조직(팬덤)을 형성했다. 이들은 새로운 유행을 만들었고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냈으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7일 오후 신곡 '다시 만난 누난 예뻐' 재발매를 기념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제작진은 취재진에게 질문지를 미리 요청했고 여러 차례 "세계관을 해칠 수 있으니 기사 작성에 유의해달라"라고 당부했다. 이에 취재진 역시 매드몬스터의 '세계관'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질문했고 약 1시간 가량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그러나 정작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 건 매드 몬스터 당사자였다. 이들은 시종 말장난을 치며 시간을 보냈고 기자간담회 시간 절반 가량을 흘려보냈다.

매드몬스터가 타성에 빠진 아이돌 그룹을 풍자하려는 건지, 개그맨과 아이돌 그룹 사이의 간극으로 웃음을 주려는 건지 혹은 실제로 음반 활동을 하고자 하는 건지. 1시간 가량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만을 통해선 이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게 됐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현타(현실 자각 타임의 준말)'라는 단어가 왕왕 쓰인다. '헛된 꿈이나 망상 따위에 빠져 있다가 자기가 처한 실제 상황을 깨닫게 되는 시간'을 의미한다는 이야기다. '매드몬스터'의 기자간담회에 참가하는 동안에도 몇 번이나 '현타'에 빠지곤 했다. 이들이 지켜 달라는 '세계관'은 누가 해치고 있는지, 자기들끼리만 즐거웠던 건 아닌지 냉정하게 돌아봤으면 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