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논란] 7월 국회서 결판···"찬성 국민 98% vs 반대 의사 힘겨루기 팽팽"

2021-07-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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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내 국회 상임위-법안소위-본회의 통과 여부 논의

98% 대다수 국민 찬성 vs 의료진 등은 원천 반대

해킹 등 개인 의료보건 데이터 유출 논란도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지난달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수술실 CCTV 설치를 요구하며 1인 시위 중인 의료사고 피해자 고 권대희씨 유가족인 이나금 환자권익연구소 소장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찬성과 반대 의견이 정면으로 맞서는 가운데 이달 국회에서 관련 법안 통과 여부를 두고 막판 진통이 예상된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해 국민 98%가 찬성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부작용이 크다’며 반대하고 있다. 국회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 3건이 발의돼 7월부터 심의에 돌입하지만 통과까지 적지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6일 정부와 의료계, 환자단체 협의회 등에 따르면 최근 인천과 광주 등에서 무자격자가 불법으로 수술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무자격자 불법 수술에 대해서는 환자단체나 의료계 모두 강력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의사들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면 전공의들의 수련교육이 사실상 힘들어지고, 환자 보건의료 데이터 등이 해킹 등으로 유출돼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5일 국회를 향해 수술실 내부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불법의료, 중대범죄가 끊이지 않는 수술실에서 환자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수술실 내 CCTV 입법이 필수라는 이유에서다.

경실련은 수술실의 폐쇄적 특성으로 의사가 업무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간호사들에게 불법의료행위를 강요하는 등 유령수술이 관행화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술실 내 의료사고 입증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는데도 수술실 사정을 알 수 없는 환자·유족 입장에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이 때문에 경실련 측은 상세한 의료행위 기록을 위해 ‘CCTV 수술실 내부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료법 제22조 제1항은 의료행위를 상세히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법문이 제정될 당시인 1973년에는 종이 문서가 전제됐지만 디지털 시대인 현대에는 CCTV가 의무화돼야 한다는 게 경실련의 판단이다.

경실련은 수술실 내부 CCTV 설치가 의료진 대비 환자가 사회적 약자이기 때문에, 환자의 ‘알권리 보장’이라는 기본권을 의료진의 사생활 보호보다 우월하게 다뤄야 한다는 취지다.
 
찬·반 논란 뜨겁지만, 절대 다수 국민은 "수술실 CCTV 필요"
의료계는 수술실 CCTV 설치 반대 명분으로 ▲의료사고 비율이 극히 낮다 ▲수술실 특성상 환자 인권침해가 우려된다 등의 문제를 꼽고 있다.

또한 의료계는 ‘의사의 진료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다. 수술실 내 CCTV 역시 수술 장면이 녹화되고 실시간으로 보호자에 생중계되면 의사들은 행동 하나하나를 감시받는다고 느끼게 돼 부작용이 커진다는 판단이다. CCTV로 수술 장면이 녹화 된다면 수술에 임하는 의사가 심리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반면 대다수 국민은 수술실 CCTV 설치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달 국민권익위원회가 ‘병원 수술실 폐쇄회로 TV(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이 필요한가’라는 주제로 국민 의견조사를 벌인 결과 대다수 응답자가 찬성 의견을 냈다.

조사 참여자 1만3959명 가운데 97.9%인 1만3667명이 찬성 의견을, 2.1%인 29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찬성 응답자들은 주된 이유로 ▲의료사고 등에 대한 증빙자료 수집 ▲대리수술·성희롱 등 불법행위 감시 ▲의료진 갑질 행태 개선 및 환자 인권 보호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꼽았다.

반대 응답자들은 ▲환자 정보 유출 우려 ▲의료인 인권침해 가능성 ▲소극적 수술 혹은 어려운 수술 회피 등을 이유로 제시했다.

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기관도 별도로 같은 주제의 설문조사를 했는데, 전국 성인 1006명 가운데 법제화 찬성 답변이 82%, 반대 의견이 13%, 모름·무응답이 5%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3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강기윤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소위에는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안 등이 안건으로 상정됐다. [사진=연합뉴스] 

국회로 넘어간 수술실 CCTV 설치, 이번에는 통과될까?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는 정치권에서도 관심사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병원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6월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것을 놓고 야당인 국민의힘을 비판했다.

윤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술실 CCTV 법안에 대해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국민 97.9%가 찬성하는 법인데도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에서 야당 소위위원장의 비협조로 통과하지 못했다”며 “7월 국회에서는 원만하게 처리되길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대한 찬성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자발적으로 CCTV를 설치한 병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는 누구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연합회)가 절대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수술실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보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합회 측은 “현재 수술실이 있는 의료기관 중에서 출입구에는 약 60.8%, 수술실 내부에는 약 14%가 CCTV가 설치돼 있다”며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는 것은 상당수 의료기관에서 이미 하는 수술실 CCTV를 의무화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의사 단체 등에서는 대리수술과 같은 비윤리적 의료행위를 예방·근절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수술실 내부가 아닌 입구에 CCTV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연합회 측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환자 동의를 요건으로 촬영하는 대원칙은 양보할 수 없다”며 “이 원칙이 수용되는 것을 전제로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하고 촬영함으로써 발생이 예상되는 모든 의료인과 환자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1일 인천 부평구 관절 전문병원인 부평힘찬병원에서 한 보호자가 환자의 수술을 수술실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다. 이 병원은 최근 불거진 척추 전문병원의 대리 수술 의혹으로 떨어진 의료계의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 CCTV 설치를 결정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도 심사숙고···"내부 vs 외부, 대책은 무엇?"
정부도 수술실 CCTV 설치 문제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정부 안팎과 여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부는 당초 수술실 외부 CCTV 설치는 의무화하되, 내부 설치는 병원 자율에 맡기자는 입장이었지만 최근에는 내부에도 CCTV를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입장이 정리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술실 CCTV 설치법은 19대 국회(2015년)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환자 단체와 의료사고 관련 유족들은 의료사고 방지, 대리 수술 근절 등을 이유로 설치를 주장해왔다.

의료계는 이 법안이 의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간다는 점, 개인정보 유출 논란 및 해킹 위험성, 의사들의 수술 환자 기피 가능성 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에 이어 의료계 학술단체인 대한의학회는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의학회는 “해킹 등으로 인해 수술실 CCTV 영상이 유출된다면 환자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CCTV 영상의 저장 및 관리, 적절한 영상 검토 절차 등도 사회적 합의 하에 논의가 이뤄져야 하므로 철저한 준비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의협,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에서도 잇따라 수술실 CCTV 설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세계의사회(WMA) 데이비드 바브 회장도 한국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반대하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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