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 옆 치킨집…“치킨만 팔다간 망해요”

 

[표=아주경제 그래픽팀]

“치킨만 팔아서는 요즘처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치킨업체 관계자들이 바라보는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 치킨 전문점은 이미 3만개를 넘어서며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게 중론이다.

치킨업계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다. 버거나 피자를 들고 나와 영역 확대를 꾀하는가 하면, 가정간편식(HMR), 맥주까지 손을 뻗치며 사업 다각화에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캐시카우(수익창출원)를 키워 성장 동력의 한 축을 완성하겠다는 목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에프엔비는 지난달 말 ‘치킨맛스낵’을 내놓으며 제과업계에도 발을 들여놨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을 통해 판매되는 치킨맛스낵은 ‘허니’와 ‘신화’ 2종이다. 감자 스틱 형태의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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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촌은 밀키트 1위 기업 프레시지와 손잡고 ‘교촌 통순살치킨’ 제품을 출시하는 등 HMR에도 힘을 주고 있다. 지난 3월엔 베이커리 브랜드 뚜레쥬르와 함께 고로케를 내놓아 출시 1주일 만에 20만개 판매를 돌파하는 성과도 거뒀다. 

외식업체들을 연이어 인수해 온 bhc치킨은 최근 매물로 나온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bhc는 아웃백을 품으면 양식까지 아우르면서 치킨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hc는 2014년 한우 전문점 ‘창고43’을 시작으로 이듬해 수입소고기 구이 전문점 ‘불소식당’, 2016년 순댓국 전문점 ‘큰맘원조할매순대국’과 소고기 전문점 ‘그램그램’ 등을 차례로 사들이는 등 종합외식기업으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체 개발 브랜드 ‘족발상회’를 론칭하기도 했다. 닭가슴살 스테이크 2종과 큐브 2종 등을 선보이며 HMR 시장에도 발을 내디뎠다.

제너시스BBQ는 치킨의 단짝인 ‘맥주’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BBQ는 ‘옥토버페스트’를 운영하는 마이크로브루어리와 손잡고 수제맥주 ‘비비큐 비어’를 내놨다. 경기도 이천에 수제맥주 공장도 건설 중이다. 공장이 완공되면 연 150만ℓ의 수제맥주 생산이 가능해진다. 이와는 별개로 BBQ는 이달 중 제주맥주와 맞손 잡고 여름 시즌을 겨냥한 협업 맥주를 내놓는다. 협업 맥주는 기존의 제주맥주에 BBQ 상표를 붙인 제품이 아니라 치킨과 어울리는 새로운 제품이 될 것이라는 게 BBQ 측의 설명이다. BBQ는 할인형 마트 킴스클럽의 자체 브랜드(PB)인 오프라이스와 손잡고 HMR 신제품 ‘프라이드치킨’, ‘통다리그릴바베큐’ 2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 치킨 시장 포화…영업 여건 나빠지는 업계

치킨업계의 ‘외도’에는 이유가 있다. 포화된 시장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만7541개에 달한다. 대표 가맹사업 15개 중 편의점(4만1444개)과 한식(3만1025개)에 이어 3위다. 주판매 품목이 치킨이면서 호프집 등 타 업종을 병행하는 곳까지 합치면 치킨집은 3만개를 훌쩍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올해 1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치킨 전문점의 경기지수는 62.99다. 외식업종 중 유일하게 지난해 4분기보다 하락한 수치다. 피자·햄버거(74.97), 한식(67.35)보다도 낮다. 외식산업 경기지수는 150에 가까울수록 ‘매우 증가’, 50에 근접할수록 ‘매우 감소’를 나타낸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영업 여건이 나빠지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접어든 치킨 프랜차이즈 시장은 다른 업계보다 경쟁이 심하다”며 “남들과 다른 차별점이 없다면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은 자명하기에 업체들의 사업 다각화 노력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촌 에프앤비 '치킨맛 스낵'(왼쪽 위), 제너시스BBQ HMR ‘프라이드치킨’(왼쪽 아래), ‘통다리그릴바베큐’, bhc치킨 HMR '닭가슴살 스테이크' 2종과 '큐브' 2종.[사진=교촌에프앤비, bhc치킨, 제너시스BB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