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과 백세인 미스터리

2021-07-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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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교수]


[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작금의 코로나 팬데믹은 세상에 정치적·사회적 격변을 불러오고 있을 뿐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많은 숙제를 던지고 있다. 특히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는 수많은 선진국가들에는 유례없이 높은 고령자 치사율이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치사율이 2~3%(우리나라는 1.4%)에 그치지만 연령별로 큰 차이가 있어, 40대 이하는 치사율이 0.2% 이하로 미미하나 80대에 이르러서는 10~20%에 달하는 높은 사망률을 보여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 뜻밖의 뉴스들은 사람들에게 의아함과 청량한 감동을 느끼게 하고 있다.

프랑스의 루실 랑동(Lucile Randon) 수녀님은 117세로 세계 최고령 2위에 오른 분인데, 이번 코로나에 걸렸지만 회복하였다는 뉴스가 나와 세인들에게 감동과 위안을 주었다. 이어서 세계 곳곳에서 백세인들이 코로나를 극복하고 회복되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더욱 지난해 9월 말 통계에서 미국에서도 코로나에 걸렸음이 확인된 백세인 60명 중에서 사망에 이른 분은 단 3명에 불과하여 백세인의 코로나 팬데믹 치사율이 5%라는 보고가 나왔다. 이 보고에서 90대 초고령자의 코로나 사망률이 대조적으로 11.4%임을 밝혀 백세인의 치사율이 유의하게 낮았음을 밝혀 학계가 주목하게 되었다. 이어서 일본에서는 팬데믹 기간 중 백세인의 숫자가 예년보다 오히려 크게 증가하였음을 보고하여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서 특별하게 높은 생존능을 보여주는 백세인의 속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 도쿄에서 개최된 국제백세인학술대회(International Centenarian Consortium, ICC2021)에서는 팬데믹 상황에서 백세인과 관련해 매우 의미있는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코비드-19 팬데믹 때문에 국제학술대회도 모두 줌(zoom)으로 인터넷 상에서 개최되어 생소하기는 하였지만 우리나라도 전남대학교 노화과학연구소팀이 참석하여 대표 장수지역인 구곡순담 백세인의 건강상태(박광성 교수)와 가족관계(이정화 교수)를 주제로 2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국제적 관심을 끌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많은 논문 중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은 논문은 저명한 인구학자인 미셸 풀랭(Michel Poulain) 팀이 발표한 벨기에의 코로나 팬데믹 사망률 조사 결과이다. 벨기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2020년도 사망률이 평년보다 80대 이상 연령대에서 20% 이상이나 증가하였는데, 놀랍게도 100대의 경우에는 오히려 사망률이 0.95배로 감소하였음을 발견하였다. 백세인이 80~90대보다 코로나 팬데믹에 대하여 회복능이 더 강하다는 의외의 사실이 구체적으로 보고된 것이다. 또한 백세인의 사망요인에 대한 비교조사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도 도출해 내었다. 우선 교육효과로서 고등교육을 받은 백세인의 코로나 팬데믹 사망률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백세인에 비하여 0.859배로 낮았으며, 자가건강인지도가 높은 집단의 사망률이 낮은 집단보다 유의하게 낮았고, 백세인의 결혼 여부는 사망률 차이에 영향을 주지 않았음을 밝혔다. 나아가서 요양원에서 10년 이상 장기 거주한 백세인은 일반 백세인에 비하여 사망률이 1.357배로 높았음도 규명하였다. 일반적인 경우에도 교육효과는 백세인의 건강장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교육은 가장 대표적인 후천적 장수요인으로서 개개인의 경제상태, 생활습관, 거주환경, 건강관리 등의 모든 요소를 결정해주는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이다. 양로원 장기거주 백세인의 경우 높은 치사율은 코로나 사태로 가족친지들과의 격리에 따른 고독과 불안에 의한 스트레스가 요인이 되어 사망률이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큰 미스터리는 왜 전반적으로 백세인의 코로나 팬데믹 치사율이 더 젊은 일반 고령인들보다 낮은가라는 문제이다. 노인이 되어 나이가 들어가면 갈수록 생체기능이 저하되고 생체를 보호하는 기능도 동시에 낮아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백세인의 팬데믹 저항성은 뜻밖의 사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를 해명하기 위해 우선 사회적 요인으로 백세인이 다른 일반 고령자들보다 더 보호받고 있기 때문에 팬데믹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었을 것이라는 이유와 백세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일반 고령자들보다 집중관리를 받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에 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개연성도 거론되고 있다. 또한 이들은 20세기 들어 최악의 팬데믹이었던 스페인독감을 겪었고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간난신고를 이겨내었기 때문에 이들의 면역능이 다를 것이라는 추론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론들은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고 백세인의 높은 팬데믹 생존능은 생물학적·의학적 미스터리로 대두되고 있다.

학술적으로는 백세인을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첫째는 생존자(生存者·survivor)군으로, 여러 가지 질병에 걸리고도 회복하여 장수에 이른 분들로 치병장수(治病長壽)군이다. 둘째는 지연자(遲延者·delayer)군으로, 치명적인 질병들이 생애 최종단계에 극히 늦게 나타나는 분들로 극병장수(克病長壽)군이다. 셋째는 회피자(回避者·escaper)군으로, 질병에 걸리지 않고 장수한 분들로 일반적으로 꿈꾸는 무병장수(無病長壽)군이다. 백세인 조사에서 어렵지 않게 이분들의 장수 패턴을 구분할 수는 있지만 그 요인의 분석은 쉽지 않다. 환경적 요인과 개개인의 생활패턴도 거론되지만, 가장 크게 주목받는 요인은 역시 유전적 특성으로 기대하면서도 그 실체는 아직도 막막한 미궁에 빠져 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에서 100대의 백세인이 90대의 초고령자들과 구별되는 특별한 생존능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은 미스터리의 미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름길을 가리키고 있는 듯하여 백세 건강장수의 비밀을 풀 수 있는 기대가 크다.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 이상적인 무병장수를 이룬 회피자의 경우는 기대만큼 흔하지 않다. 다만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가능한 한 아주 늦게 질환에 걸리는 지연자의 경우가 일반적으로 보이는 백세인의 모습이다. 그러나 어떤 질환에 걸리더라도 이를 극복하고 이겨내어 다시 정상으로 회복해내는 생존자의 경우는 바로 인류가 지향해야 하는 모습이다. 오래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사건에 휘말리고 다양한 질환에 걸리기 마련인데, 이러한 모든 간난신고를 겪어내고 이겨내어 살아남는 모습이 바로 인간의 진정한 모습이며 인간이 인간다운 거룩함을 가지게 되는 까닭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코로나 팬데믹 사태에서 보여준 백세인의 강인한 생존 미스터리는 인간생명의 존엄함을 되새기게 한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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