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은 보물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불삼신불좌상’을 국보로 지정한다고 23일 밝혔다.
국보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은 현존하는 우리나라 불교조각 중 비로자나불-노사나불-석가모니불로 이루어진 ‘삼신불’ 중 유일한 작품이다. 이에 조선 시대 불교사상과 미술사 연구의 중요한 사례로 평가받아 왔다.
화엄사 대웅전에 봉안된 3구의 좌상은 1635년(인조 13년) 당대 유명한 조각승인 청헌과 응원, 인균을 비롯해 이들의 제자들이 만든 17세기의 대표적인 불교조각이다. 모두 3m가 넘는다.
문화재청은 이와 함께 ‘울진 불영사 불연’과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 ’송시열 초상‘을 보물로 지정했다.
보물 ‘울진 불영사 불연’은 1670년(현종 11) 화원으로 추정되는 광현, 성열, 덕진 등이 참여해 조성한 2기의 불교의례용 가마로, 지금까지 알려진 약 20기의 조선 후기 불연(가마) 중 형태가 가장 온전하게 남아 있는 사례다. 불교목공예의 일종인 불연이 보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진 불영사 불연’은 2기 모두 1670년이라는 분명한 연대와 승려 학종이 좋은 장인을 만나 불연을 제작하게 된 배경, 제작에 동참한 시주자, 불연의 제작자로 추정되는 스님 등이 일목요연하게 기록돼 조선 후기 불교목공예 연구의 귀중한 자료가 된다.
보물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은 1656년(효종 7년) 만들어진 불상으로, 당시 제작된 나한상 중 수량과 규모면에서 가장 큰 작품이다.
완주 송광사 불상은 조각과 더불어 개금·개채(불상에 채색을 다시 올리는 일) 작업 등 조각승과 불화승간의 협업 체계를 잘 보여주는 작품으로, 영역이 다른 화원들이 어떻게 협업관계를 구축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 볼 수 있다.
당시 유행한 목조와 소조, 채색 기법을 두루 활용해 화려하며, 나한상의 표정과 몸동작에서 작가의 재치와 개성을 엿볼 수 있어 작품성도 뛰어나다.
‘완주 송광사 목조석가여래삼존좌상 및 소조십육나한상 일괄’은 송광사를 본산으로 활약했던 조각승들의 활동체계와 제작태도, 경향 등을 밝힐 수 있는 자료라는 점에서 조선 후기 불교 조각사에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보물 ‘송시열 초상’은 조선 중기 정치와 학문에서 뚜렷한 자취를 남긴 성리학의 대가 송시열(1607~1689)의 모습을 그린 18세기 초상화로, 제천 황강영당에 300년 넘게 봉안돼 그동안의 내력이 분명한 작품이다.
작품 상단에는 ‘우암 송선생 칠십사세 초상’이라는 화제가 적혀 있어 송시열의 74세 때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송시열 초상화는 후대에도 추앙이 지속하면서 30여점의 작품이 전해지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이 작품은 진재해(1691∼1769) 등 당대 최고의 초상화가가 그렸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우수한 사례에 속한다. 유려하면서도 단정한 필선, 정교한 채색으로 뛰어난 예술성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국보 ‘송시열 초상’(국립중앙박물관 소장)과 견주어도 수준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작품이므로, 보물로 지정할 가치가 충분하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한 ‘구례 화엄사 목조비로자나삼신불좌상’, ‘울진 불영사 불연’ 등 문화재 4건을 체계적으로 보존‧활용하기 위해 해당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