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한국의 천주교 역사 236년 만에 미사가 중단된 날, 저자는 명동성당을 찾았다.
어둡고 무거운 정적이 흐르는 성당 안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가운데 한 교인이 검은 마스크를 쓰고 두 손 모아 간절하게 기도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저자는 ‘어둠은 결코 빛을 이길 수 없고, 절망 속에는 반드시 희망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모든 것이 무너져내린 것 같은 상황에서도 희망과 미소를 잃지 않고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삶의 순간들이 눈길을 사로잡는 사진과 따뜻한 글에 실렸다.
30여 년간 사진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저자 김선규는 어두운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디며 환한 웃음으로 빛을 발하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가평 UFO 포착’ 등 다수의 사진 특종으로 보도사진전 금상, 한국언론대상, 대통령표창을 받은 저자 특유의 시선과 감성으로 작지만 아름답고 위대한 삶의 현장을 포착했다.
책을 펼치면 힘겨운 일상을 위대한 삶으로 승화시켜내는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방역의 최전선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간호사, 면접 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취준생들, 하루종일 파리만 날리는 가운데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남대문 노점상 등을 만날 수 있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라는 질문에 “그냥 다 좋아”라며 웃으시는 100세 할머니가 삶의 깊은 의미와 진한 감동을 전한다.
사람을 대하는 저자의 따스한 시선과 숨결을 따라 사람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그들의 아픈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하지만, 삶의 큰 위안과 힘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