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교황님께서도 북한에 가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한국 천주교회 성직자 최초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70) 라자로 대주교는 12일 세종시에 있는 대전교구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교황청과 한국, 북한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 대주교의 성직자성 장관 임명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요한 한걸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백만 전 주교황청 대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10월 교황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초정 의사를 전달했다. 교황께서 김 위원장이 공식 초정장을 보내준다면 북한에 갈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2019년 하노이 회담 때 북미 회담이 물거품 되면서 교황의 방북은 멀어지는 듯 보였지만, 가톨릭 신자이며 교황과 사이가 좋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바꿨다.
이 전 대사는 "오는 10월에 이탈리아 로마에서 G20 정상회의가 있다. 교황청과 수교한 국가의 원수가 이탈리아를 방문할 경우 그 원수가 교황님을 만나고 가는 게 중요한 관행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교황과 방북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유흥식 대주교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행력을 갖췄다. 2014년 교황을 초대해 방한을 이끌어 낸 것이 대표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백신나눔운동’ 역시 지난해 말 국내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다.
실행력과 함께 친화력도 갖췄다. 유 대주교는 천주교대전교구 누리집에 교황이 자신에게 성직자성 장관에 대해 처음으로 이야기한 지난 4월 17일의 대화를 기록해놨다. 그는 교황과 ‘백신나눔운동’과 교황의 북한 방문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기억했다.
당시 교황은 “주교님은 항상 사제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으며 주교들 사이에 친교를 가져오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 교황청은 주교님께서 지니신 특유의 미소와 함께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친교의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12일 “성직자성 장관의 역할은 교황님을 보좌하면서 전 세계 사제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미래의 사제인 신학생들이 잘 준비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돕는 일“이라며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받아들일 줄 알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줄도 알고, 민족·종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형제애를 가진 사제를 양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유 대주교는 다음 달 말 교황청이 있는 로마로 출국하며,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