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영 칼럼] 중국공산당 창당 100년, ‘중국 특색’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2021-06-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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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외교대교수, HK+국가전략사업단


중국공산당이 올해로 창당 100년을 맞았다.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과 1919년 5·4(五四)운동에 고무된 일군의 지식인들은 국제공산주의운동 조직인 코민테른(Comintern)의 지원 하에 1921년 중국공산당을 창당했고 57명의 당원 중 13명이 1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했다. 급진적인 사회변혁을 통한 신국가 건설을 열망하던 이들은 당시 거대 정당 국민당과 28년에 걸친 지하투쟁, 8년의 항일전쟁을 겪고, 국공(國共)내전에서 승리해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해 72년째 통치하고 있는 세계 최대 정치조직이며 최장 집권당이다.

중국공산당은 수많은 정치적 곡절을 겪으면서도 개혁·개방 정책을 통해 빈곤한 사회주의 국가였던 중국을 G2로 불리는 '세계적 국가'로 만들었다. 9천만 명이 넘는 당원으로 14억 중국을 통치하는 중국공산당은 중국 최대·최고의 정치실체로 중국정치의 시작이며 끝이다. 현재도 여전히 당과 국가가 일원화된 당국체제(黨國體制)를 통해 정치를 영도하고, 정부를 대신하며, 군권을 통솔하는 대체 불가능한 권력을 행사한다. 유일 당인 중국공산당은 내부 노선의 조정과 정책 전환을 통해 새로운 발전전략을 추진하는 정치력도 보여주었고 사회주의 이념과 계급투쟁에 경도됐던 끝없는 정치투쟁의 물꼬를 경제발전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의기소침하던 중국인들은 자신을 갖게 되었고, 중국은 ‘잠재적’ 국가에서 세계적 국가로 발돋움했다.
이데올로기 기반 정당이 100년을 집권당으로 유지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사회주의의 순수성을 강조하면서 정치투쟁으로 점철됐던 마오쩌둥(毛澤東) 시기를 거쳐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를 주창한 덩샤오핑(鄧小平)의 적극적인 개혁·개방 정책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라는 미증유의 사회주의 노선을 열었다. 장쩌민(江澤民)시대에는 무산계급 정당을 표방하는 공산당이 자본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당의 체질 개선도 시도했고, 후진타오(胡錦濤)시대에는 법치 정당으로서의 변신도 도모하였다. 이 과정을 통해 중국은 2010년 세계 2위의 경제체가 되었고 그에 걸맞은 국제적 지위와 영향력도 확보하는 세계적 국가로 성장하였다.

특히 시진핑 총서기 시대가 개막된 2012년 18차 당 대회에서 세계 최강의 국가가 되겠다는 ‘중국의 꿈’(中國夢)을 제시했고, 2017년 19차 당 대회에서는 시진핑 사상으로 불리는 ‘신(新)시대 중국특색사회주의’를 통해 '두 개의 백년(兩個一百年)', 즉 창당 100주년인 올해 전면적 샤오캉(小康) 사회건설과 건국 100주년인 2049년 세계최강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이라는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중국공산당의 역사적 정통성과 공산당 통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것이기도 하며, 이제 중국이 국내문제 해결이나 자국 경제 발전의 범위를 넘어서 국제적 선도 국가 중국이 되겠다는 청사진이기도 하다,

문제는 현실이 녹록지 않다는 데 있다. 시 주석은 신년사에서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언급하면서 ‘천추의 대업을 지향하는 중국 공산당은 인민을 중심으로 초심을 견지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필코 실현할 것’을 강조하고, 기술 자립 등 국내 경제를 기반으로 한 ‘쌍순환’(雙循環) 전략을 실현하는 첫해이자 미·중 갈등 속에서도 미국에 대항하는 첫해가 될 것임도 강조했다. 체제 안정과 경제회복, 중국이 미국에 맞설 만큼 강대국이 됐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을 자국 내 애국주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정책과 중국국가발전전략의 집행을 위해 중국공산당은 일단 당의 전면적인 영도력이 유지돼야함을 강조하면서 전통적 통치방식인 시진핑 중심의 일원화 영도를 강조하고 나섰다.

문제는 대외적으로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압박이 매우 체계적이라는 데 있다. 아시아 지역으로만 국한해보더라도 이미 다양한 대중 압박 기제가 작동되고 있다. 기존의 인도-태평양 전략(FOIP)과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에 더해 중국의 국가적 핵심 경제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에 맞서 미국이 향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투자와 교역을 더 늘리겠다는 ‘블루 닷 네트워크’(Blue Dot Network)나 반중 기술 연대인 클린 네트워크(Clean Network),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들만의 산업 공급망을 의미하는 반중(反中)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conomic Prosperity Network), G7에 한국·호주·인도를 추가한 '민주주의 10개국 연합, D10(Democracy 10)'도 있다. 지난번 열린 G7정상회의의 주제도 중국 견제였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진핑 체제는 중국 발전의 독자성을 강조한다. 중국은 5천년 이상 유지된 문명형 국가(Civilizational State)로 서구와는 구별되는 중국의 독자적인 발전 방식이 있음을 강조한다. ‘중국몽’도 ‘역사적으로 정당한 지위(historically rightful position)’를 갖고 있음을 주장하면서 중국적 가치·규범과 서구 자유주의 가치·규범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인류운명공동체(人類命運共同體)를 주창한다. 중국이 세계평화의 구축자·국제질서의 수호자·글로벌 발전의 기여자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시진핑 외교, 즉 시플로머시(Xiplomacy)를 설파 중이다. 미국이 중국의 사회주의 제도와 이념을 문제 삼는 것은 자신의 이데올로기를 타국에 강요하는 패권주의적 행태이며 내정간섭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 방역 성공과 올해 8%대 경제 성장을 근거로 중국발전방식 우월론까지 드러내고 있다. 미국의 공세에 강력하게 맞서지 못하면 미국을 극복할 기회를 잃게 된다는 절박함도 있는 것이다.

중국은 미국이나 ‘오만한 중국’으로 인식하는 국제적 시각에 억울한 면도 있을 것이다. 미국도 마찬가지지만 작금의 국제사회에서 독불장군은 없다. 지금 중국에게 필요한 것은 내부적으로는 국민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현대화된 정치과정이 필요하고, 세계를 설득할 수 있는 국제적 가치 표준의 공유나 제시가 필요하다. 더 이상 ‘중국 특색’이나 ‘중국식’의 함정에 빠지지 않기 바란다.

 
 
강준영 필자 주요 이력

▷대만국립정치대 동아연구소 중국 정치경제학 박사 ▷한중사회과학학회 명예회장 ▷HK+국가전략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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