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통업계 최대 인수·합병(M&A) '대어(大魚)'로 꼽히는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이 롯데와 신세계 2파전으로 좁혀지면서 '42년 유통 맞수' 간 자존심 대결이 한층 더 뜨거워지고 있다. 여기에 '승자의 저주'(경쟁에서 이기고도 과도한 비용을 치러 후유증을 겪는 상황)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더해져 인수전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는 분위기다.
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이날 정오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는 롯데쇼핑과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마트는 네이버와 손잡고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는 이번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오랜 유통 '라이벌' 신세계와 롯데 간 자존심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오프라인 기반의 신세계와 롯데는 거래액이 각각 20조원을 넘어서는 네이버·쿠팡과 겨루기 위해 이베이코리아가 간절한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SSG닷컴(신세계)과 롯데온(롯데쇼핑)을 키우고 있지만, 거래액은 작년 기준 각각 7조6000억원, 3조9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만 인수하게 되면 단숨에 네이버·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해 '이커머스 3강' 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관건은 매각가다. 롯데쇼핑과 이마트가 써낸 인수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베이코리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업계 판도를 뒤집을 '게임체인저'로 주목받으면서 몸값이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될 정도로 뛴 상태다. 통상 금융권 인수금융 가능 조달 자금을 최대 1조원대로 계산해도 나머지 금액은 인수자들이 직접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신세계는 이런 이베이코리아의 높은 매각가를 감당하기 위해 네이버와 손잡고 본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가 최대주주가 되고, 네이버가 2대 주주가 되는 방안이다. 네이버와 신세계는 지난 3월 2500억원 규모 지분 맞교환을 통해 온·오프라인 쇼핑 동맹을 맺었다. 신세계는 지분교환으로 파트너십을 맺은 네이버에 공동 인수를 제안했고, 네이버는 신세계와 손잡으면 약점인 신선식품 배송과 물류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최근까지 자체적으로 실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지난달 22일에는 이사회를 열고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 지분 전량인 15%를 8300억원에 롯데물산에 매각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롯데쇼핑이 가진 현금과 현금성자산 2조8600억원까지 합해 단순 계산할 경우 3조6900원대 실탄을 확보한 셈이다. 더욱이 롯데가 지난 4월 이베이코리아 출신 나영호 대표를 영입하면서 부사장 직위까지 준 것도 그룹 미래와 사업 전략 측면에서 이커머스 시장의 중요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다만 진짜 문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수조원을 주고 샀어도 추가 투자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온라인 시장 경쟁이 격화되는 와중에 이베이코리아 시장 점유율이 하락세라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인수 후 재무 상태가 악화하는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다. 실제 막판까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고심하던 SKT는 이베이코리아의 기업가치와는 별개로 높은 가격과 인수 후에도 들어갈 추가 자금에 대한 부담으로 이번 인수전에서 발을 뺀 것으로 전해졌다.
본입찰 마감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 주 중 이베이 본사 이사회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이사회 후 우선협상대상자가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본입찰 마감에 따른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다음 주 중 이베이 본사 이사회가 예정된 것으로 알려져 이사회 후 우선협상대상자가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