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당 규약을 개정한 북한이 '적화통일' 문구를 삭제한 것에 대해 두개의 국가 형태를 지향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선 북한이 남한과 '공존' 모색에 나서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북한이 연일 핵개발과 군비 증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통일담론'보다는 군사적 우위를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2일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당 규약 서문 ‘당의 목표(통일과업)’ 부분에서 기존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여 인민 대중의 자주성을 완전히 실현’이란 문구를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 사회를 건설’로 수정했다.
또한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 무력을 몰아내고 온갖 외세의 지배와 간섭을 끝장내며 일본 군국주의의 재침 책동을 짓부시며"라는 문구를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 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고"로 바꿨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1945년 12월17일 ‘민주기지론’(북은 남조선혁명과 조선반도 공산화의 전진기지라는 이론)을 제창한 이래 80년 가까이 유지해온 ‘북 주도 혁명 통일론’을 유지해왔다.
이번 당 규약 수정을 두고 북한이 적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사실상 내려놓고 두 개의 국가 형태를 지향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조선노동당 규약 개정에 관한 온라인 설명회를 통해 "민족의 공동번영이 아닌 너하고 나하고 따로따로 번영하자는 것"이라며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서 통일에 대한 담론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고, 사실상 통일담론이 소멸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장관은 "당규약 서문의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 삭제는 단순한 문헌상의 변화를 넘어 북한의 대남 전략 변화 여부를 둘러싼 기존의 국내 논쟁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의미가 있다"고도 평가했다.
특히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는 일부 시민단체 등에서는 국가보안법의 존폐를 다시 논의해야 할 때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남조선 혁명론이 없어졌다고 해서 바로 국보법 폐지로 연결 짓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꼬집었다.
북한이 '남조선 혁명론'을 내려놓았지만, 사실상 매년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 교수는 "북한이 공산주의로의 통일 의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며 "평화과정을 통한 통일을 말하고 있지만, 군사적 힘의 우위에 따라 자신들의 통일을 주도하겠다는 것으로서 이데올로기적 성향이 강한 통일전선보다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북한은 매년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2월 발간한 '2020 국방백서'에 따르면, 북한은 2018~2020년까지 상비 병력을 약 128만여명 수준으로 유지 중이다. 이는 남한(55만5000여명)의 2.3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또한 북한은 선별적인 재래식 무기 성능 개량과 함께 핵과 WMD, 미사일, 장사정포, 잠수함, 특수전 부대 등 비대칭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총 6차례의 핵실험을 감행했고, 핵무기 소형화 능력도 상당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스커드(사거리 300∼1000㎞), 노동(1300㎞), 무수단(3000㎞ 이상) 등을 실전 배치했고, 2017년에는 화성-12형(5000㎞), 화성-15형(1만㎞ 이상) 등을, 2019년에는 다양한 고체 추진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을 각각 시험 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