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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4대 은행(KB·신한·우리·하나)의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25조7306억원을 기록해 한 달 새 3조8000억원 넘게 늘었다. 지난해 말보다는 21조원 이상 급증한 수치다.
이 같은 중기대출 증가세는 신용대출의 경우 지난달 말 116조1093억원을 기록해 전달 말(119조5779조원) 대비 3조원 넘게 줄었다는 점과도 비교된다.
은행권의 중기대출 확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지난해 4월 이후 본격화됐다. 코로나19 확산과 경제 불확실성에 따라 경영이 어려워진 중소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라는 금융당국의 입김도 작용했다.
바젤Ⅲ 조기도입도 은행들의 중기대출 확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바젤Ⅲ는 바젤은행감독위가 정한 은행 자본규제 기준으로, 중소기업 대출 위험가중치와 일부 기업대출 부도 시 손실률을 하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은행이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는 경우 기업대출 가운데 무담보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의 부도 시 손실률(LGD)을 각각 45%에서 40%로, 35%에서 20%로 하향 조정하는 식이다. 은행이 위험가중자산 산출에 ‘표준방법’을 사용할 때에는 신용등급이 없는 중기대출의 위험 가중치도 기존 100%에서 85%로 낮춰 적용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신용평가사를 통한 신용평가를 받지 않아 등급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바젤Ⅲ 도입 시 은행들은 중기대출의 자본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신용위험이 큰 신용대출보다 기업대출을 늘리는 게 BIS 자기자본 비율 등 자본건전성을 개선하는 데 유리한 셈이다.
은행권은 자본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바젤Ⅲ를 조기 도입하는 조건으로 중기대출 비중을 전체 대출의 50% 이상까지 높이기로 약속한 바 있다. 올해까지 이어진 영끌, 빚투 열풍으로 가계대출 증가폭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황에서, 기업대출 비중 목표치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기업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기대출 규모를 키울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부문은 총량규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 각종 규제가 예고돼 있어 앞으로도 증가 수준을 까다롭게 관리해야 한다”며 “지난해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당국 차원에서도 중소기업 지원을 당부했을 뿐 아니라 바젤Ⅲ 조기 도입에 따른 건전성 유지 측면에서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게 이자수익 방어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