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24)이 1일 첫 공판에서 "피해자 중 여동생과 어머니 살해는 계획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살인·절도 등 5개 혐의가 적용된 김태현에 대한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방청석 28개가 마련된 가운데 유족은 10명이 자리했다.
경찰 조사와 검찰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3월 23일 근처 슈퍼에서 흉기를 훔친 뒤 피해자 주거지에 침입해 이들을 차례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피해자 3명 중 큰딸 A씨가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계속 스토킹하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두 사람은 온라인 게임을 하며 알게 됐다.
그는 피해자 집에 택배기사로 위장해 접근했다. 현관문을 두드리고 숨어있다가 A씨 여동생이 배송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려고 문을 열자 위협해 집 안으로 침입했다. 그는 반항하는 A씨 여동생 몸 위에 올라타 칼로 경동맥을 절단하는 등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집 안에서 기다리다가 같은 날 오후 11시 30분께 귀가한 A씨의 어머니를 흉기로 살해하고, 집에 돌아온 A씨마저 살해했다. 범행 이후에는 A씨 휴대전화에서 일부 정보를 훼손했다. 범죄분석관(프로파일러)이 김씨 심리를 분석하고 범행 전후 사정을 살폈으나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법원 안팎은 별다른 소란이 없었다. 지난 4월 김씨가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될 당시 시민들이 "사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던 것과 달랐다.
다만 법정에 자리한 유족들이 울먹이며 분노를 표출했다. 재판부가 김씨가 그간 4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고 말하자 실소를 터뜨리며 "진실을 얘기해"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발언권을 얻은 A씨 고모는 "살인마를 위해 1~3심을 거치는 건 크나큰 손실"이라며 "뻔뻔한 김씨를 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여론과 아우성을 재판장님이 경청해 사형제도가 다시 부활할 수 있길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김씨는 재판 진행 내내 정면을 바라보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난 4월 27일 구속기소된 이후 최근까지 반성문을 네 차례 제출했으며, 국민참여재판은 거절했다. 다음 공판은 이달 29일 오후 2시 3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