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1일 한·미 미사일 지침 해제를 비난한 것은지난 27일 북·중동맹을 확인한 뒤 나온 점이란데서 중국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언급된 '북한인권', '대북제재 유지' 등 민감한 사안이 아닌 '미사일 지침 해제'만을 문제 삼았다. 대중견제에 나선 미국을 비난하면서 향후 미사일 개발을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초석을 깔아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중국의 '입김'이 남북·미 대화 재개의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외곽 기관인 조미평화센터 소장 명의로 한·미 미사일 지침이 해제된 것을 두고 미국이 말로만 대화를 외치며 뒤로는 적대시 정책을 이어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통신은 "미국의 (미사일 지침 종료) 처사는 고의적인 적대행위"라며 "우리의 자위적 조치들을 한사코 유엔 ‘결의’ 위반으로 몰아붙이면서도 추종자들에게는 무제한한 미사일 개발권리를 허용하고 입으로는 대화를 운운하면서도 행동은 대결로 이어가는 것이 미국"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1일 한·미 정상회담과 공동선언 채택 후 침묵하던 북한이 9일 만에 내놓은 첫 반응이다.
오직 '미사일 지침 해제'만을 지적한 이번 담화는 지난 27일 북·중동맹을 확인한 뒤 나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중국의 목소리를 북한이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사일 지침 폐지로 증대된 사거리는 중국을 겨냥할 수 있게 된 것을 북한은 '우리 주변나라들을 겨냥한 것'으로 지칭했다"고 말했다.
동시에 북한이 향후 미사일 개발을 위한 초석을 깔아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 교수는 "미사일 지침 개정만을 갖고 문제시 삼은 것은 북한의 미사일 개발 의지와 연계된다"며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주창한 자의적 조치를 다시 한번 정당화함으로써 향후 미사일 발사 시험을 재개할 수 있음을 예고한 것이다. 1월 8차 당대회 때 김정은이 직접 지시한 전술핵무기 개발 용 KN-23, KN-24 발사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향후 남북·미 대화가 속도를 내지 못할 때를 대비해 중국의 원조로 ‘버티기 전술’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리용남 주중 북한대사는 중국에서 만나 경제적 지원 등 북·중동맹을 확인했다. 왕이 부장은 리 대사에게 "힘이 닿는 한 조선(북한) 측에 계속해서 도움을 제공하고 싶다"며 북·중 화물 열차 운행 재개 등 경제적 지원을 시사했다. 중국이 북한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북·중 화물 열차 운행을 재개할 경우, 북한에 식량 등 원조 물자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중국의 북한 지원은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대만, 남중국문제' 등이 언급된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한반도 내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