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재정건전성] 재정당국, 2차 추경 요구 수용하나… 미래 세대 부담은 가중

2021-05-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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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차관 "경기 회복 위한 방안 강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치권의 재정 투입 확대 요구에 재정당국의 대응은 미지근하다. 이미 정부와 청와대는 올해 4% 성장률 달성을 위한 논의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내달 중순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하경정)에 경기 부양을 위한 사업이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하경정 발표 이후 경기 부양을 뒷받침할 추경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억원 기재부 제1차관은 지난 28일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 브리핑에서 "하경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세수 여건과 하반기 재정보강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라며 "내수 진작책과 함께 각 부문별로 민간 활력을 높일 다각적인 지원책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안도걸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열린 재정전문가 간담회에서는 경제 회복을 위한 투자 방향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쟁력 강화 지원, 청년·여성·근로취약계층 등을 위한 일자리 창출, 직업훈련 강화, 코로나 위기에 따른 학습 손실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지원 등이 언급됐다.

이는 지난해 정치권에서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요구하거나 자영업자 손실보상을 소급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정부가 믿는 구석은 올해 예산안과 함께 발표할 '2021~202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국가채무와 재정수지 지표가 지난해 예상보다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정부가 예산을 짰던 지난해 8월은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던 시기이며, 글로벌 경제의 회복세를 낙관하기 어려웠던 시점이다. 때문에 올해 전망치는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보다는 희망적일 것이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지고 있는 빚과 앞으로 지게 될 빚이 줄어들 것이라고 볼 수는 없는 실정이다. 이 경우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부담은 여전히 우상향 곡선을 그린다.

재정 지표가 예상 대비 개선될 수 있다. 지난해와 같이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면 재정 여력을 동원하는 데 무조건적인 반대를 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이 다소 해소되고 재정 여건이 개선 가능성을 보인다면 빚을 갚는 게 우선순위에 놓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명재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세수가 증가해 재정 여건이 나아진다면 빚을 갚는 게 순서"라며 "여건이 나쁠 때는 갚고 싶어도 못 갚는다"라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올해 세수 여건은 전년도의 기저효과 때문에 좋게 보이는 것이지 향후 수년 간의 추세선을 봤을 때 계속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며 "위기 상황에서 재정적자가 확대됐으면 추스르는 시점이 필요한데 더 쓴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확장재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증세 방안도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며 "선진국에 진입한 OECD 국가들과 이제 중진국에서 벗어난 한국의 상황을 직접 비교해 절대 수준이 괜찮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는 K정책플랫폼을 통해 발표한 '추경편성의 통계학&경제학' 보고서에서 "경제위기 상황에서의 추경은 세입감소 비중이 컸지만 최근에는 세출증가 비중이 큰 편"이라며 "추경재원을 여유자금이나 재정조정보다 차입으로 조달하면서 국채금리 상승, 국채이자부담 증가 등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제 비교 기준으로 사용하는 D2부채에 일부 직역연금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국제비교기준 부채를 산출할 때 국민연금과 같은 사회보장기금의 충당부채는 부채로 계상하지 않고 있지만 정부가 고용주인 경우는 일반부채에 포함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한국의 보장기금 중 정부가 고용주인 경우는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이 해당한다.

박 교수는 "한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 기금은 이미 고갈돼 매년 연금지급 부족분을 국민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며 "국제기준의 취지와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하는 부채 규모를 파악해 관리하자는 관점에서 충당부채를 국가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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