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언어’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통신과 TV 등 각종 매체에서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도 비일비재하다. 소통의 역할을 하는 언어가 파괴되면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격차는 더 심해졌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 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사용으로 ‘새로운 표현’과 ‘간결한 표현’은 가능해졌을지 몰라도, 이를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도 이 노력에 힘입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 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3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는 ‘십팔번’이 뭔가요?”
왜 ‘십팔번’이라고 부르는지 몰랐지만, 이 말을 많이 사용했다. ‘십팔번’이란 단어가 일본어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게 됐다.
일본 대중 연극 가부키 배우인 이치가와 단주로는 자신의 가문에서 내려온 기예 중 크게 성공한 18가지 기예를 정리해 그것을 ‘가부키 십팔번’이라고 불렀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단골 노래’ 또는 ‘단골 장기’로 다듬었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 중에는 일본식 한자어와 일본어 투 용어가 많이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 직후부터 ‘국어 정화’를 통해 대대적으로 일본어 투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왔다. 몇십년 전만 해도 일상적으로 사용됐던 ‘벤또’나 ‘요지’ 등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일본어 투 용어와 일본식 한자어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온 외래어 및 한자어 사용을 자제하고 순화어를 사용하자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국립국어원이 만 20세 이상~만 69세 이하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를 보면 ‘일본에서 온 외래어 및 일본식 한자어 사용’에 대해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고 순화어를 사용하자’는 응답이 각각 44.4%(외래어)와 44.6%(한자어)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일본에서 온 외래어에 대해서는 ’적극적 순화어 사용‘이 26.5%로 둘째로 많았고 ‘그대로 우리말로 받아들여 사용’이 18.2%로 그 뒤를 이었다. 일본식 한자어에 대해서는 ‘그대로 우리말로 받아들여 사용’이 29.5%, ‘적극적 순화어 사용’이 15.55%를 기록했다.
일본식 한자어는 한자의 음과 뜻을 이용하여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한자 어휘를 말한다. '철학'이나 양복을 맞출 때 쓰는 '가봉'과 같은 단어들은 일본식 한자어가 그대로 우리말로 굳어진 것들이다.
“국기를 게양한다”라고 할 때 쓰는 게양 역시 ‘높이 건다’는 뜻의 일본식 한자어이다. 국기를 '올린다' 또는 '단다'로 바꿀 수 있다. 간식은 새참, 고수부지는 둔치로 순화할 수 있다. 망년회는 송년회, 간지는 멋으로 바꿔야 한다.
행정용어나 법률용어, 일반 서식에 쓰이는 용어에도 일본식 한자가 많다. 공람은 돌려봄, 감봉은 봉급 깎기, 공시는 알림으로 쓰는 것이 올바른 우리말 표현이다. 과세는 세금 매김, 건폐율은 대지 건물 비율, 하청은 아래도급 또는 밑도급 등으로 풀어쓰는 것이 좋다.
더욱 정확한 사용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한자어 중 일본식 한자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들이 이를 변별해 사용하기는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황광길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는 2017년 쓴 논문 ‘일본어 투 용어 순화에 대해서-일본 고유어가 한국에서 한자어로 수용된 것을 중심으로-’를 통해 “일본식 한자어가 한국어에서 운용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어감이나 기능 면에 있어서 중국어 기원 한자어와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들 한자어는 기능적으로는 일본 기원 외래어에 속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 기원 한자어와 마찬가지로 한자어의 한 종류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한자어의 경우 그동안 무엇이 일본식인지 아닌지 심도 있는 연구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적이 없다”며 “이제라도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 중에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일본어 투다.
문법 형태소 중에서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것이 접미사 '적'이 결합한 단어다. 단계적은 '차례차례', 자발적은 '스스로', 지속적은 '끊임없이'로 순화할 수 있다.
‘~하고 있다’ 또는 ‘~하는 중이다’를 ‘한다’ 또는 ‘했다’로 쓰면 의미 전달이나 표현이 더욱더 자연스럽다.
이처럼 일상어에서는 일본식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표현 맥락에 따라 쉽고 적절한 말인가 아닌가를 따져 쓰는 것이 중요하다.
김슬옹 원장은 “관형격 조사 ‘의’를 남용한 일본어 투 문장의 경우 ‘의’가 중세 때는 우리말에서도 자주 쓰이다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일본 지배로 많이 늘었다”며 “어디까지가 일본식이냐 아니냐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의’를 남용하지 않으면 표현이 쉽고 전달이 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를테면 ‘도시철도의 운행’보다는 ‘도시철도 운행’, ‘서울시로의 사무국 이전’보다는 ‘서울시로 사무국 이전’ 등이 읽기에도, 쓰기에도 더욱 편하다는 것이다.
개선을 위해서는 교육 부분도 중요하다. 안찬원씨는 2017년 쓴 눈문 ‘교과서에 나타난 일본어 투 사용 실태와 순화 방안’을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타난 일본어 투 사용 양상을 분석했다.
안씨는 “교과서에 빈번하게 발견되는 일본어 투는 접미사 ‘적’이 결합된 단어, 피동 표현의 남용, ‘~에 대하여’, ‘~으로 인하여’ 등”이라며 “교과서에 다듬은 말을 사용하게 되면 학생들은 어른들에 비해 순화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씨는 “이를 위하여 교과서 기획·집필·심의 단계에서 일본어 투의 사용을 자제하고, 순화 대상 용어를 정제하는 작업을 실행하며, 정부 각 부처 간의 상호 연계를 통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 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사용으로 ‘새로운 표현’과 ‘간결한 표현’은 가능해졌을지 몰라도, 이를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래방에서 자주 부르는 ‘십팔번’이 뭔가요?”
왜 ‘십팔번’이라고 부르는지 몰랐지만, 이 말을 많이 사용했다. ‘십팔번’이란 단어가 일본어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은 한참 뒤에야 알게 됐다.
일본 대중 연극 가부키 배우인 이치가와 단주로는 자신의 가문에서 내려온 기예 중 크게 성공한 18가지 기예를 정리해 그것을 ‘가부키 십팔번’이라고 불렀다. 국립국어원은 이를 ‘단골 노래’ 또는 ‘단골 장기’로 다듬었다.
이처럼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 중에는 일본식 한자어와 일본어 투 용어가 많이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 직후부터 ‘국어 정화’를 통해 대대적으로 일본어 투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해 왔다. 몇십년 전만 해도 일상적으로 사용됐던 ‘벤또’나 ‘요지’ 등은 사라졌지만 아직도 일본어 투 용어와 일본식 한자어는 일상생활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일본에서 온 외래어 및 한자어 사용을 자제하고 순화어를 사용하자는 데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국립국어원이 만 20세 이상~만 69세 이하 성인 남녀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를 보면 ‘일본에서 온 외래어 및 일본식 한자어 사용’에 대해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고 순화어를 사용하자’는 응답이 각각 44.4%(외래어)와 44.6%(한자어)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일본에서 온 외래어에 대해서는 ’적극적 순화어 사용‘이 26.5%로 둘째로 많았고 ‘그대로 우리말로 받아들여 사용’이 18.2%로 그 뒤를 이었다. 일본식 한자어에 대해서는 ‘그대로 우리말로 받아들여 사용’이 29.5%, ‘적극적 순화어 사용’이 15.55%를 기록했다.
일본식 한자어는 한자의 음과 뜻을 이용하여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한자 어휘를 말한다. '철학'이나 양복을 맞출 때 쓰는 '가봉'과 같은 단어들은 일본식 한자어가 그대로 우리말로 굳어진 것들이다.
“국기를 게양한다”라고 할 때 쓰는 게양 역시 ‘높이 건다’는 뜻의 일본식 한자어이다. 국기를 '올린다' 또는 '단다'로 바꿀 수 있다. 간식은 새참, 고수부지는 둔치로 순화할 수 있다. 망년회는 송년회, 간지는 멋으로 바꿔야 한다.
행정용어나 법률용어, 일반 서식에 쓰이는 용어에도 일본식 한자가 많다. 공람은 돌려봄, 감봉은 봉급 깎기, 공시는 알림으로 쓰는 것이 올바른 우리말 표현이다. 과세는 세금 매김, 건폐율은 대지 건물 비율, 하청은 아래도급 또는 밑도급 등으로 풀어쓰는 것이 좋다.
더욱 정확한 사용을 위해서는 광범위한 한자어 중 일본식 한자어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들이 이를 변별해 사용하기는 아주 힘들기 때문이다. 향후 개선돼야 할 부분이다.
황광길 단국대 아시아중동학부 교수는 2017년 쓴 논문 ‘일본어 투 용어 순화에 대해서-일본 고유어가 한국에서 한자어로 수용된 것을 중심으로-’를 통해 “일본식 한자어가 한국어에서 운용되고 있는 양상을 보면 어감이나 기능 면에 있어서 중국어 기원 한자어와 차이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들 한자어는 기능적으로는 일본 기원 외래어에 속하는 것이 아니고, 중국 기원 한자어와 마찬가지로 한자어의 한 종류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한자어의 경우 그동안 무엇이 일본식인지 아닌지 심도 있는 연구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적이 없다”며 “이제라도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어휘나 표현 중에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것들이 일본어 투다.
문법 형태소 중에서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대표적인 것이 접미사 '적'이 결합한 단어다. 단계적은 '차례차례', 자발적은 '스스로', 지속적은 '끊임없이'로 순화할 수 있다.
‘~하고 있다’ 또는 ‘~하는 중이다’를 ‘한다’ 또는 ‘했다’로 쓰면 의미 전달이나 표현이 더욱더 자연스럽다.
이처럼 일상어에서는 일본식이냐 아니냐를 따지기보다는 표현 맥락에 따라 쉽고 적절한 말인가 아닌가를 따져 쓰는 것이 중요하다.
김슬옹 원장은 “관형격 조사 ‘의’를 남용한 일본어 투 문장의 경우 ‘의’가 중세 때는 우리말에서도 자주 쓰이다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일본 지배로 많이 늘었다”며 “어디까지가 일본식이냐 아니냐를 판별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의’를 남용하지 않으면 표현이 쉽고 전달이 잘되는 경우가 많다”고 짚었다.
이를테면 ‘도시철도의 운행’보다는 ‘도시철도 운행’, ‘서울시로의 사무국 이전’보다는 ‘서울시로 사무국 이전’ 등이 읽기에도, 쓰기에도 더욱 편하다는 것이다.
개선을 위해서는 교육 부분도 중요하다. 안찬원씨는 2017년 쓴 눈문 ‘교과서에 나타난 일본어 투 사용 실태와 순화 방안’을 통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타난 일본어 투 사용 양상을 분석했다.
안씨는 “교과서에 빈번하게 발견되는 일본어 투는 접미사 ‘적’이 결합된 단어, 피동 표현의 남용, ‘~에 대하여’, ‘~으로 인하여’ 등”이라며 “교과서에 다듬은 말을 사용하게 되면 학생들은 어른들에 비해 순화어를 익숙하게 사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씨는 “이를 위하여 교과서 기획·집필·심의 단계에서 일본어 투의 사용을 자제하고, 순화 대상 용어를 정제하는 작업을 실행하며, 정부 각 부처 간의 상호 연계를 통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마지막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건설이나 미용 등 전문 분야에서 쓰이는 일본말이다. 권위 의식에 의한 위계질서나 쉽게 일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 장벽으로 일본 잔재어가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사용 빈도가 높은 현장 용어로 가쿠목(각목), 기리바리(버팀대), 나라시(고르기), 노바시(늘리기), 데나보코(요철), 데나오시(재시공), 루베(세제곱미터), 메지(줄눈), 바라시(해체), 뺑끼(페인트), 아시바(발판), 오사마리(마무리), 오야지(책임자), 헤베(제곱미터) 등을 꼽았다. 구루마(수레), 단도리(채비), 함바(현장 식당), 와쿠(틀) 등도 다듬어야 할 용어다. 현장에서 이런 용어 대신 우리말을 사용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