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폭증하는 중국부자, 젊어지는 중국부자

2021-05-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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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산 56억원, 1년새 65만명 늘어

연내 300만명, 베이징 등 10만명 이상

주가·부동산·IPO 부자 늘어난 3대 요인

IT산업 발달에 30대 비중 42%로 껑충

해외투자 증가, 상속 관심은 줄어들어

[그래픽=이재호 기자 ]


베이징 차오양구 왕징(望京)에 거주하는 39세 천웨이(陳衛)씨는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다.

2016년 창업한 그는 3년 전부터 알리바바에 빅데이터 오류를 걸러내는 솔루션을 공급하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천씨는 왕징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식과 펀드에도 투자하고 있다.

최근 기자와 식사를 한 그는 "칭화대 졸업 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했지만 초반 몇년은 정말 힘들었다"며 "이제 사업도, 삶도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것 같다"고 웃었다.

천씨의 재산은 이것저것 다 합쳐 3500만 위안(약 61억3000만원)쯤 된다. 중산층보다 자산가라는 수식이 더 어울린다.

중국에는 천씨와 같은 젊은 부자들이 넘쳐난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의 경우 10만명 이상의 '천씨'들로 북적인다.

창업 붐과 더불어 전문경영인과 고소득 전문직이 늘어나면서 단기간 내에 거액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 결과다.

대부분의 중국 청년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젊은 부자 지형도를 들여다보자.

◆백만장자 300만 시대 도래

지난 17일 자오상은행과 베인앤드컴퍼니가 공동 발표한 '2021 중국 개인 부자 보고'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가투자자산(可投資資産) 1000만 위안(약 17억5100만원) 이상 자산가는 262만명으로 집계됐다.

가투자자산은 총자산에서 거주용 부동산과 당장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을 제외한 금액이다. 예금과 주식, 채권, 펀드, 투자용 부동산 등의 유동 자산을 뜻한다.

이들의 자산 총액은 84조 위안(약 1경4711조원)에 달하며, 1인당 평균 자산은 3209만 위안이다.

증가세도 가파르다. 2010년 14조 위안으로 처음 10조 위안을 넘어선 뒤 매년 20% 가까이 증가해 올해 말에는 96조 위안에 이를 전망이다.

자산가 규모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2012년 71만명에서 2014년 104만명, 2016년 158만명, 2018년 197만명 등으로 확대돼 왔다. 올해 말이 되면 3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오상은행 프라이빗뱅크(PB)사업부의 왕옌룽(王晏蓉) 총경리는 △자본시장 활황 △대도시 부동산 가격 오름세 △기업공개(IPO) 가속화 등을 자본가가 급증하는 세 가지 요인으로 꼽았다.

지역별로는 베이징과 상하이,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산둥성 등 8곳에 1000만 위안 이상 자산가가 10만명 넘게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쓰촨성과 후베이성, 푸젠성 등 3곳이 새로 포함됐다.

2014년만 해도 광둥성 1곳에 불과했지만 2016년 5곳, 2018년 6곳 등으로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금융권 관계자는 "티베트와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서쪽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최소 5만명 이상의 자산가가 거주하고 있다"며 "기존에는 대도시에 부자들이 집중돼 있었다면 최근에는 지방의 3~4선 중소도시에서도 부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다만 전체 자산가의 44%가 베이징 등 5개 지역에 밀집해 있고, 전체 자산에서 이들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르는 등 부의 편중 현상은 여전하다.
 

[그래픽=이재호 기자 ]


◆30대 전문직 부자들이 뜬다

최근 들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30대 젊은 부자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40세 미만 자산가 비중은 42%로 2년 전보다 13% 포인트 높아졌다. 30~39세가 32%, 30세 미만이 10%로 나타났다.

반면 50~59세는 24%에서 20%로, 60세 이상은 7%에서 5%로 각각 낮아졌다.

IT 산업 발달로 청년 창업이 늘어나고 고급 엔지니어 등 고소득 직군 역시 증가한 영향으로 해석된다.

실제 창업형 자산가 중 전통 산업 비중은 2019년 29%에서 올해 15%로 감소한 반면, IT 기반 신경제 비중은 7%에서 10%로 확대됐다.

전문경영인 비중은 13%에서 15%, 기업 고위 임원은 14%에서 16%로 늘었다. IT 엔지니어 등 고소득 전문직 비중 역시 9%에서 12%로 높아졌다.

왕 총경리는 "고액 자산가 가운데 다원화와 저령화 추세가 뚜렷하다"며 "전문경영인과 고위 임원, 고소득 전문직 비중이 창업 기업가를 넘어선 것도 새로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자오상은행 측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신에너지 등 신흥 산업이 갈수록 세분화하면서 유니콘 기업들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며 "특히 2019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이오와 의료기기 등 업종의 부흥이 앞당겨졌다"고 평가했다.

◆해외투자 관심, 상속은 '글쎄'

30대 젊은 층이 자산가 대열에 대거 합류하면서 전체 투자 성향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2019년 85%에 달했던 중국 내 투자 비중이 올 들어 70%로 낮아진 데 반해, 해외 투자 비중은 15%에서 30%로 수직 상승했다.

반면 전통적인 투자 상품인 보험 비중은 37%에서 30%로, 부동산 비중은 24%에서 21%로 하락했다.

젊은 자산가들은 기존 자산가보다 신흥 상품 및 이색 투자에 대한 수요와 수용성이 높다는 게 특징이다.

'글로벌 신흥·인기 상품에 투자할 의사가 있다', '금융·재테크 신규 정보에 관심이 있다'는 응답이 각각 47%, 43%였다.

경제 매체 제몐(界面)은 "자본시장 규제가 여전하고 부동산 시장도 대출 제한 등의 조치로 투자 매력이 반감된 게 사실"이라며 "자연스럽게 테슬라 등 해외 주식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부를 축적하는 목표에 있어서도 중장년층 자산가들과 차이를 보인다.

'더 많은 재산 형성'이라는 응답은 18%로 2년 전보다 1% 포인트 증가했고, '부의 상속'은 11%로 10% 포인트 급락했다.

대신 '기부 확대'와 '자녀 교육'은 각각 2% 포인트, 1% 포인트 높아졌다. 돈을 더 버는 것보다 이미 번 돈을 가치있게 쓰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은행 PB 시장, 고객 쟁탈전

부자들이 많아지면서 전문적으로 자산을 관리해주는 PB 시장 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PB 운용자산(AUM) 규모 1조 위안 이상인 은행은 6곳이다.

자오상은행이 2조7700억 위안으로 가장 많고 중국은행(1조8500억 위안), 공상은행(1조8000억 위안), 건설은행(1조7800억 위안), 농업은행(1조7000억 위안), 핑안은행(1조1300억 위안)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왕젠중(汪建中) 자오상은행 부행장은 "지난달에 이미 AUM 3조 위안을 넘어섰다"며 "자산 1000만 위안 이상 자산가 고객 수도 10만명을 돌파했다"고 소개했다.

다만 디지털 기반 금융 기법에 익숙한 젊은 자산가들의 증가는 은행이 주도해 온 PB 시장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변수다.

자오상은행 보고서를 살펴보면 고액 자산가들의 디지털 기술 수용도가 2019년 6.4(10점 만점 기준)에서 올해 6.6으로 높아졌다.

자산 관리 주체를 묻는 질문에도 '중국계 은행'이라는 응답이 2017년 80%, 2019년 88%에서 올해 63%로 크게 낮아졌다.

대신 자산관리에 특화된 종합금융서비스 은행 비중이 15%로 대폭 상승했다. 빅데이터와 AI 기술 등을 활용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외자은행 비중도 5%로 2년 전보다 1% 포인트 올랐다.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젊은 자산가일수록 브랜드보다 전문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준다"며 "공모보다 사모펀드를 선호하는 등 투자에 있어서도 개성화를 중시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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