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갈림길에 서 있는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는 정부가 2025년부터 전면 도입하는 '고교학점제'와도 맞닿아 있다. 고교학점제가 고교 서열화를 없애고, 일반고등학교에서도 특수목적고등학교 수준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도입됐기 때문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자사고·외고·국제고 등 학교를 유형화하고, 이들 학교가 우수한 학생을 먼저 선발해 입시 위주 교육을 더 부추기는 서열화 교육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학점제란 대학에서처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듣고, 지정된 학점(3년간 192학점)을 채워야 졸업할 수 있는 방식이다. 입시 위주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와 적성에 따라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다양한 분야에 걸쳐 역량을 쌓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유 부총리는 자사고가 지정취소 불복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과 '자사고→일반고' 전환은 무관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법원 판결이 2025년 자사고 일괄전환 정책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런데도 학생과 학부모들은 혼란스럽다. 자사고·국제고 등 24개 학교법인이 일반고 전환을 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해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교육부는 2019년부터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했고, 지난해 자사고 등 설립 근거인 시행령 제90조 제6항과 제91조를 삭제했다. 이 개정안은 2025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에 24개 학교법인은 교육부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결과는 내년에 나올 전망이다. 만약 헌법재판소가 개정된 시행령이 위법하다고 판단하면 자사고를 없애려는 정부 계획은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교육계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정부는 시행령으로 자사고 등을 폐지하는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고교 체제라는 국가 교육 큰 틀이 정권과 교육감 이념에 따라 시행령 수준에서 좌우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에게 다양한 교육 기회를 열어주는지, 미래 인재 육성에 부합하는지를 국가적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통해 결정하고 법률에 직접 명시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반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자사고 폐지는 오랜 시간 미온적으로 대처해 시기가 늦어졌다"고 주장했다. 자사고 승소에도 "사법부가 특권교육을 용인하는 시대착오적 판결을 했다"며 "교육 공공성 훼손 주범인 자사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고교학점제와 관련해선 "대학 개혁과 입시제도 개선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고교학점제를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 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