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0조원 규모 신대륙 메타버스가 열린다

2021-05-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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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계기로 비대면 서비스 성장

가상공간 익숙한 MZ세대 수요 공략

아이템 판매 등 경제활동, 대학축제도

법 사각지대...개인정보 침해 등 우려

[건국대 학생이 가상 캠퍼스 '건국유니버스'에서 학우들과 만난 모습. 사진=유튜브 영상 화면 갈무리]


지난 17일부터 3일간 열린 건국대 대학축제는 예년과는 조금 달랐다. 캠퍼스 곳곳을 돌아다니며 학우들과 축제를 즐기는 방식은 같았지만, 개최 장소가 '건국유니버스'였다. 건국유니버스는 실제 건국대 캠퍼스를 가상공간에 그대로 옮겨놓은 곳이다. 학우들은 직접 만든 아바타로 건국유니버스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친구 아바타와도 채팅을 나눌 수 있었다.

올해 건국대 대학축제 '콘택트(KON-TACT)'는 첫 '메타버스' 축제인 만큼 새로운 시도로 화제를 모았다. 코로나19로 학우 간 만남의 기회가 줄어들자, 메타버스 공간에서라도 학우끼리 만나 축제를 즐겨보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캠퍼스 머니를 사용해 학교 '과잠(과 잠바)'부터 다양한 코스튬을 구매해 자신의 아바타에 착용할 수 있게 했다. 동아리 공연은 건국유니버스 노천극장에 마련된 무대에서 펼쳐졌다. 사라진 고양이 '만쥬'를 찾는 방 탈출 게임에 참여하거나 킥보드를 타고 캠퍼스를 활보했다.
 
MZ세대 점찍은 메타버스··· 1700조원 규모 성장 전망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을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이 융합된 세계를 의미한다. 비대면 플랫폼 서비스에 익숙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 2000년대 초~1981년생)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메타버스를 새로운 소통공간으로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5G와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 AI(인공지능) 등 성숙 단계에 접어든 관련 ICT 기술도 메타버스 확산에 힘을 실었다. 메타버스에는 전 세계 수만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접속해도 지연시간 없이 대용량의 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스트리밍 기술도 필수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으로라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이용자 수요가 ICT 기술과 만나 메타버스 시장을 폭발적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메타버스의 VR·AR 시장이 2030년경에는 1조5429억 달러(약 174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호 SKT 대표도 올해 한국정보통신협회 신년사에서 "코로나19로 촉발된 국가 간 이동과 여행 중단, 사교가 제한된 일상이 메타버스로 진화하는 속도를 10년은 앞당길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메타버스로 성공한 대표적 서비스로 로블록스가 꼽힌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들이 레고처럼 생긴 아바타가 돼 가상세계에서 활동하는 콘셉트로, 미국 초등학생 70%가 즐기는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다른 이용자와 함께 테마파크를 건설하거나 애완동물을 입양하고, 자신이 만든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등 현실과 거의 유사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 싸이월드의 '미니미'처럼 아바타를 꾸미고 단순히 대화를 주고받는 수준 이상으로 이용자의 참여도와 관여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의 '제페토(ZEPETO)'도 전 세계 이용자가 2억명을 넘어선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자리했다. 제페토는 이용자가 자신의 얼굴과 닮은 3차원 개인 아바타를 생성해 AR 기술로 실제 사진이나 가상배경에 자연스럽게 합성해준다. 소셜미디어 기능이 있어 이용자끼리 문자와 음성 등으로 소통할 수도 있다. 로블록스처럼 제페토에서도 자신이 만든 패션 아이템을 판매하는 경제활동도 가능하다.

5G와 클라우드 등 메타버스의 기반 인프라를 갖춘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들도 최근 메타버스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SKT는 카카오VX와 손잡고 메타버스 기반 골프중계를 국내 최초로 시작한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선수의 티샷 궤적을 실감나게 볼 수 있으며, 자동 편집된 개별 선수의 주요 경기장면을 즐길 수 있다. SKT는 기존 'MR(혼합현실) 서비스 CO(컴퍼니)'의 명칭을 '메타버스 CO'로 변경하고 관련 사업을 적극 추진 중이다. 올해 초 SKT는 메타버스로 순천향대 입학식을 치러 눈길을 끌었다. 신입생들은 메타버스 공간에 구현된 강당에 아바타로 참석했다.

KT도 VR과 AR 기반 콘텐츠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TV홈쇼핑 채널에서 방송 중인 상품을 모바일과 TV 화면에 3D콘텐츠로 구현하는 AR쇼룸이다. LG유플러스는 글로벌 5G 콘텐츠 연합체인 XR얼라이언스 의장사를 맡아 메타버스 산업의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XR얼라이언스에는 미국의 버라이즌, 프랑스의 오렌지텔레콤, 퀄컴 등 통신 사업자와 확장현실 대표 기업인 '트리거' 등 글로벌 11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SKT가 순천향대학교와 협력해 2021년도 신입생 입학식을 국내 최초로 메타버스 공간에서 개최한 모습. [사진=SKT 제공]


시장이 성장하면서 정부도 관련 생태계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정책 방안을 살피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주요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는데, XR이 이를 뒷받침할 핵심 기술이 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가상융합경제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디지털 인프라와 디지털 뉴딜의 발판으로 XR 활용 확산을 지원해 가상융합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까지 경제 파급효과 30조원을 달성하고 세계 5대 가상융합경제 선도국에 오르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결성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자동차, 네이버랩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KT, KT, LG유플러스, CJ ENM, 롯데월드 등 25곳의 기업이 참여했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을 한국이 주도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치자는 취지다. 얼라이언스를 통해 정부와 민간은 기업 간 협업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메타버스 시장 관련 법·제도 정비를 위한 논의도 이어갈 계획이다.
 
'제도 사각지대' 한계도··· "공동 플랫폼 구축으로 관리 가능"
일각에서는 메타버스에 장밋빛 미래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는다. 현실세계에 적용되는 제도가 메타버스 공간에는 적용되기 어렵다 보니, 법의 사각지대라는 점을 노린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용자의 다양한 활동과 개인정보가 스마트폰은 물론, VR 등 여러 기기로 수집돼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다. 메타버스에서만 통용되는 가상화폐와 이로 인한 수익 과세 기준도 모호하다. 글로벌 이용자가 모이는 메타버스 공간에서 절도와 사기, 조세포탈 등 범죄행위가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VR과 AR 기기 등 메타버스 서비스를 뒷받침할 폼팩터(form factor)가 부족하고, 각 사별 서비스가 단순 체험형 서비스에 국한돼 있다는 점 등도 메타버스의 한계로 꼽힌다.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넘어 각 사별 개별 콘텐츠로 출시된 메타버스 서비스를 한데 연동한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된다. 국내 사업자가 시장 성장과 운영방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게 되고, 정부도 관련 생태계 성장 지원과 제도마련이 용이해진다는 장점이 있어서다.

우운택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장은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을 연동하고 가상현실에서 다양한 사회·문화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는 개념인데, 현재 각 사별 서비스가 연동되지 않다 보니 굉장히 좁은 영역의 메타버스로 제한된다"고 말했다. 이어 "각 사별 메타버스 서비스를 연동한 통용 플랫폼은 그에 따른 법 제도 규제를 검토하기도 한결 수월해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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