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규 칼럼] 중국 체제 안정과 빅테크 산업 규제

2021-05-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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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독점한 빅테크기업의 '빅브라더' 권력 우려

반독점 내세워 알리바바,텐센트 등 플랫폼기업 규제 강화

플랫폼 경제 육성 vs 빅데이터 독점 견제 사이 '딜레마'

[조평규 중국 연달그룹 전 수석부회장. ]

중국 정부는 최근 알리바바, 텐센트 같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체제 도전 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들의 사회 경제적 영향력을 억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 상장을 불허한 것이 사실상 '신호탄'이었다. 지난달에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의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알리바바에 182억2800만 위안(약 3조원)의 과징금 납부를 명령했다. 조만간 텐센트에도 알리바바의 절반 남짓의 과징금을 부과할 것이란 소문이 시장에 파다하다. 

사실 종전의 중국 정부는 자국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에 상당히 우호적이었다. 이들 기업의 국제적 경쟁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빅데이터 수집과 시장지배력 확대에 대해서도 사실상 묵인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들이 정부의 통제나 권력에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지고 영향력이 증대 되기 시작하면서 중국 정부의 태도가 180도 변했다. 특히 핀테크 금융분야에서 법과 정책의 왜곡을 불러오자 적극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9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을 비롯해 은행·보험·증권감독관리위원회, 외환관리국 등 금융당국은 인터넷 플랫폼 기업의 실질적인 최고경영자를 불러 '웨탄(約談)'을 진행했다. 웨탄이란 행정권한을 가진 정부기관의 의사소통 수단이다. 정부의 정책이나 법규에 대한 교육 및 하부조직의 문제점 시정을 요구하는 중국의 특수한 준(準)행정 행위를 말한다.

당시 금융당국은 플랫폼 기업들의 개인정보를 이용한 금융 행위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법규위반 업체에 대해 엄중히 경고를 했다.

이번 웨탄 대상은 소비자 금융을 하는 플랫폼기업의 대표격인 텐센트를 비롯해 징둥금융, 메이탄금융, 디디금융, 신랑금융, 궈메이금융 등 13곳에 달했다.

중국 금융당국은 최근 몇 년간 인터넷 금융업무를 하는 플랫폼 업체들이 금융서비스의 효율성과 금융시스템의 보편성을 높이고, 거래 원가를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동시에, 무허가 또는 허용 허가 범위의 초과, 기업 부의 통제 시스템의 부재, 불공정경쟁, 소비자의 합법적 권익을 훼손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 당국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생활의 확산으로, 부지불식간에 핀테크 등 플랫폼 기업에 의한 개인정보의 무차별적인 수탈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인터넷 플랫폼 기업이 수집하는 데이터는 기업의 소유가 아니라, 공공성이 강한 공공재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플랫폼기업들이 개인정보, 이른바 빅데이터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관리하는 ‘빅브라더’로 등장하고, 독과점은 물론 정부의 통제를 벗어 날수 있는 권력을 가지게 되는 것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계획과 통제를 바탕으로 한 경제와 사회시스템을 운영하는 중국 당국이 이러한 현상을 보고 있을 수 만은 없었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운 분석이다.

당국은 플랫폼 기업의 '데이터 권력'이 정부와 통제시스템을 심각하게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가 권력에 대한 강력한 도전 세력으로 부각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馬雲)은 중국 은행권을 ‘전당포”에 비유하며 ‘기차역을 관리하는 방식으로 공항을 운영 할 수 없으며, 과거의 방식으로 미래를 규제 할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개인정보 보호다.  플랫폼기업이 무분별하게 수집한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종족, 신앙, 생물학적 특성, 의료건강, 금융정보, 개인의 위치 등이 노출돼 개인이 차별을 받거나 신체 혹은 재산의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플랫폼기업의 부상이 현재는 물론 미래에 중국 공산당에게 엄청난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모든 개인정보를 국가가 보유 및 통제함으로써, 인민과 기업을 통치하는 수단으로 삼고자 하기 위함이라는 게 서방의 시각이다.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플랫폼기업 길들이기나,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에 제동을 거는 행위는 중국의 빅데이터가 바탕이 되는 산업에 치명적인 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동안 플랫폼 기업들이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비교적 자유롭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방관'한 덕분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는 자유 시장경제체제 하에서 건전한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인 경험을 통해 배웠다.

그러나, 시장이나 권력은 누군가에 의해 독점되면, 자유로운 경쟁이 되지 못한다. 자유로운 경쟁이 없는 곳의 기업이나 권력자들은 독점적 지위를 확인하는 순간,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거나 다른 경쟁자를 용납하지 않는 방향으로 운영하기 마련이다.

중국 정부가 통제를 가하면 가할수록 산업의 발전은 더딜 수 밖에 없고, 개인이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 사회불안을 야기하고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정부가 반독점법을 내세우지만 적절한 통제의 범위를 넘어서는 과중한 통제는 정치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 정부가 반독점법 카드를 선제적으로 꺼내든 것은, 미·중 경제 전쟁에서 져서 중국이 미국의 구글이나 유튜브 등 미국 빅테크기업에 시장을 개방할 경우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중국 플랫폼기업에 과징금을 매김으로써, 미국 플랫폼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넘보는 것에 대한 본보기 차원의 사전적 경고일 수도 있다.

미국을 위시해 서방 국가들이 반독점법을 제정하고 강력히 규제를 가하는 것은 시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함이지만, 중국은 시장의 균형적인 발전이 아니라 체제 유지를 위해 이용할 가능성이 더 많다.

중국의 인터넷경제는 점점 더 높은 시장집중도를 보이고 빅데이터 자원은 플랫폼기업에 점점 더 집중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중국으로선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플랫폼 산업을 육성해야 하지만, 체제 유지를 위해서는 빅데이터의 기업 집중화를 제한하고 견제해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조평규 필자 주요 이력 

△서강대 대학원 경영학 박사 △단국대 석좌교수 △재중국한국인회 수석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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