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신혼부부 일변도 부동산 정책…대선 위기감 작용?

2021-05-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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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직무평가 20대서 19%, 30대 32%

13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5월 둘째 주 서울의 아파트값이 전주 대비 0.09% 상승했다. 사진은 이날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부동산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내집마련의 꿈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실상은 집값 폭등으로 돌아서버린 20~30대의 표심을 만회하기 위함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1~13일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직무 수행평가를 조사한 결과, 18~29세 긍정평가는 전주(26%)보다 7%포인트 떨어진 19%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20%를 밑돌았다. 30대도 32%로 20~30대 평가가 특히 박했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던 정부가 돌연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당 내부에서는 기존 부동산 정책 기조를 수정하지 않고선 내년 대선에서도 참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짙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악화된 여론을 수습하기 위해 정책을 미세 조정했다면, 4·7 재·보궐선거 이후에는 실수요자에 대한 부동산 보유세 부담을 줄이고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이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내년 대선에 위기감을 느낀 여당의 부동산 대출 규제 완화 의지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17일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진표 위원장이 이끄는 부동산특위 세제·금융분과는 청년과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대출규제를 완화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무주택 실수요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한도를 사실상 90%까지 풀어주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만기 40년짜리 초장기 정책모기지 상품도 이르면 오는 7월 출시할 예정이다. 소득이 낮은 청년층의 경우 대출 취급 때 미래 예상 소득 증가 가능성을 반영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정부의 기조가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맞춰지면서 상대적으로 가점이 낮은 20~30대의 청약 당첨 기회도 높아지고 있다.

올 7월부터 시작되는 사전청약 3만200가구 중 60% 이상이 신혼부부에게 배정된다. 절반가량인 1만4000가구는 청년 신혼부부 등을 대상으로 한 신혼희망타운으로 공급한다.

나머지 1만6200가구는 공공분양주택 입주자 선정 기준에 따라 특별공급 85%, 일반공급 15%로 공급하는데 신혼부부(30%) 유형을 포함하면 신혼부부에게 배정되는 물량은 총 1만8000여 가구다. 생애최초(25%) 유형까지 활용하면 최대 2만3000가구에 달한다.

올 초에는 2·4대책을 통해 '도심 직접시행 정비사업' 등에서 나오는 공공분양 일반공급의 전용 85㎡ 이하 물량 중 30%에 추첨제를 적용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현재 100% 순차제로 적용됐다.

순차제는 3년 이상 무주택자 중에서 저축 총액이 많은 신청자를 뽑는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청약저축 납입액이 많은 40~50대 이상이 유리했지만, 정책이 바뀌면서 20~30대에게도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앞서 지난해 7·10대책에서도 30대 무주택자에게 초점을 맞춰 청약제도를 개편한 바 있다.

당시 민영주택에 생애 최초 특별공급(공공택지 15%, 민간택지 7%)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특별공급 비중이 50~58%까지 늘어났지만 일반공급은 그만큼 비중이 줄어들었다.

민영주택 일반분양은 공공분양과 달리 가점제를 적용한다. 무주택 기간(35점), 부양가족 수(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17점) 등 기준에 따라 높은 가점을 받은 신청자가 당첨되는 구조다.

반면, 생애 최초 특별공급은 소득 요건만 맞으면 추첨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가점이 낮지만 상대적으로 소득이 많지 않은 30대 등 청년층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여당의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이 국민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시장 참여자들 간에 혼선이 생기게 하는 등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만큼 늦게라도 일부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는 있다"면서도 "정책이 긴 호흡으로는 정확한 시그널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만큼 단순히 표심에 따라 급격히 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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