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아주경제 미술실 ]
◆고점 높인 환율에 수출기업도 탄력 받나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월 수출은 반도체, 석유화학 등 주력품목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전년 동월보다 41.1% 증가한 511억9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2.5% 역성장했던 수출은 올해 가파른 개선 흐름을 보이며 8.6%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강달러세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30원대까지 고점을 높였다. 지난달 말 저점인 1100원대와 비교하면 열흘 새 20원 이상 뛰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되면 수출기업들의 수익구조가 개선되고 중장기적으로 수출가격 경쟁력 및 시장점유율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원화 약세의 흐름이 강해지면 달러값을 끌어올려 기업들이 손에 쥐는 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수출기업 실적에는 곧바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별다른 환 위험 헤지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대내외적으로 달러 강세(원화 약세) 요인이 산재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는 테이퍼링(Tapering)에 나서면, 이는 금융시장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원화를 약세로 밀어내는 요인이 돼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다만 수출기업들이 최적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율이 1160원대까지 올라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연간 수출실적 50만 달러 이상인 수출입 기업 801개를 대상으로 수출 전망 및 환율 계획을 조사한 결과 수출기업들의 올해 사업계획 환율은 평균 1140원으로 조사됐다. 적정 환율 및 손익분기점 환율은 각각 1167원과 평균 1133원이다. 여기서 손익분기점 환율은 제품 수출시 매출이 비용과 일치(수익=0원)하는 수준의 환율이다. 수출을 주도하는 반도체와 가전 품목의 손익분기점 환율이 각각 1159원, 1153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호조를 위해 추가적인 환율 상승이 필수인 상황이다.
◆변동폭 확대로 인한 ‘환율 불안정’은 변수
다만 원·달러 환율 하락 등 환율 변동폭 확대로 인한 ‘원화환율 불안정’은 변수다.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현재와 같은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물가에 이어 생산자 물가까지 역대 최고치로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는 여전하지만, 미 연준이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 등 긴축에 나설 가능성은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2%로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는 발표가 나오자, 미국 정부는 시장의 인플레 우려를 잠재우는 데 총력을 다했다. 통화정책을 관장하는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지난 12일 “인플레이션은 대체로 일시적 요인들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환시장은 이 같은 대응에 응답해 지난 14일 1128원대에서 장을 마감했다.
달러와 대체 관계에 있는 유로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강달러 전환을 막는 이유 중 하나다. 유로화는 유로당 1.2433달러에 움직여 전 거래일보다 0.48% 상승했다.
이러한 기조는 국내 수출기업에 치명적이다. 갑작스런 환율 하락에 따라 환차손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경우 환율이 10원 떨어질 때마다 매출이 4000억원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출기업으로서는 환 위험에 대비해 단가 산정 시 평균 환율을 적용하는 방식을 활용하거나 통화 종류를 다양화하는 게 최선이다. 원가를 절감하거나 판매가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도 거론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특히 중소기업은 환리스크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그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단기간 20원을 넘나들며 널뛰기하면서 기업들이 환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단기 강달러세는 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원·달러 환율이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어 통화 종류를 다변화하는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