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 재판에서 검찰이 증언 대상자 진술조서를 포함한 증거 자료를 새로 내놨다. 법원은 적절하지 않은 행태라며 쓴소리를 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장재원·현영주 부장판사)는 13일 오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최 회장에 대한 세 번째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이 제출한 자료에는 이미 증인으로 채택된 상태에서 공범 의혹을 받는 사람들에 대한 추가 진술조서도 포함됐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는 12일 조대식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 앞서 7일에는 조 의장과 조경목 SK에너지 대표이사를 불러 조사를 벌였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 큰 우려를 나타냈다. 유 재판장은 "본인이 피고인이 될지 증인에 머물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증언하게 하는 건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며 "'불리한 증언을 하면 피고인으로 기소하겠다'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증인 신청자를 재판 도중에 소환조사한 데 대해서도 "증인으로 소환해 물어볼 수 있는 사람들을 검찰청으로 부른 건 적절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검찰도 사정이 있으니 뭐라 하기는 어려우나 재판에선 그걸 다 고려해서 할 수는 없다"며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주는 건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 대표 측 변호인도 검찰 행태에 불만을 드러냈다. 변호인은 "구속을 먼저하고 수사를 계속해서 생긴 문제"라면서 "검찰 측 추가 증거 제출이 어제가 마지막이 아닐 것이어서 피고인 방어권 행사에서 문제가 있다"고 호소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날 증언할 예정이었지만 추가 진술조서가 제출된 사람들에 대한 신문은 다음 기일로 미루는 등 증인신문 순서를 조정했다.
추가 진술조서가 증거 능력을 갖췄는지를 두고 검찰과 최 대표 측 공방도 벌어졌다.
검찰은 "정경심 피고인 1심 판결문을 보면 우리 재판과 똑같은 상황이 있었다"며 "당시 1심 재판부는 공소 제기 후 참고인 진술조서 작성을 했다는 이유만으론 증거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변호인은 "그런 조사는 증거 능력이 없다는 최근 대법원 판단"이라고 맞섰다.
최 회장은 재판 시작 직후 법정에 들어왔다. 짙은 회색 정장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모습으로 출석한 최 회장은 큰 움직임 없이 재판 과정을 지켜봤다.
최 회장은 개인 골프장 사업 추진과 가족·친인척 허위 급여, 개인 유상증자 대금 납부 등을 명목으로 SK네트웍스·SKC·SK텔레시스 등 계열사 6곳에서 2235억원 상당을 횡령·배임한 혐의로 지난 3월 구속기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