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영화관 업계 "코로나 지원에서 철저히 소외…정부 지원 절실"

2021-05-12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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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업계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 [사진=연합뉴스 제공]

영화관 업계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정부를 향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금융 지원과 함께 단계별 음식물 취식 완화 등도 요청했다.

1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는 영화상영관협회를 비롯해 한국예술영화관협회, 멀티플렉스 4사(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씨네Q) 각 멀티플렉스 위탁 사업주 대표 등 영화 관계자들이 영화관 업계 정상화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창무 한국상영관협회회장은 "극장이 어렵다는 건 업계 관계자가 아니더라도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문을 연 뒤, "영화 산업은 세계를 선도해나갈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문화산업이지만 코로나19 이후 각종 재난지원에서 영화 산업은 철저히 소외돼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정부 지침에 따라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켜왔는데도 극장은 대기업에 속한다는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되어왔다. 극장업은 모든 산업을 통틀어 보더라도 손꼽히는 피해업종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지원책은 영화발전기금 감면, 영화 할인권 등 상당히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 지원을 위해 채용된 재원은 모두 영화발전기금을 전용해 마련한 것"이라며 "극장은 영화 산업 발전을 위해 매년 영화 관람권의 3%를 영화발전기금으로 내왔다. 영화발전기금은 위기의 상황에서 사용해야 하지만 정부는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어왔다. 영화계가 만든 발전기금을 위기의 상황에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돈은 어떤 목적을 위해 모아놓은 돈이냐"라며 영화발전기금을 전용해 코로나 극복을 위해 사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화발전기금은 영화예술의 질적 향상과 영화산업 진흥·발전을 목적으로 2007년 조성된 기금이다. 영화발전기금 수입은 운용 수익금, 가산금, 법정부담금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법정부담금인 영화상영관 입장권 부과금은 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영화관에서 징수된 부과금 총액은 4804억원으로 연별 징수액은 2012년 이후 조금씩 증가해 2018년에는 519억원을 기록했다.

위탁사업주인 임헌정 CGV 칠곡 대표는 "지난 1월 국민청원까지 올렸다. 영화관은 일반 기업과 달리 영화발전기금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그 기금은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임 대표는 "영진위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영화 업계를 위해 70억원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확인해본 결과 영화발전기금 완납이 조건이었다. 솔직하게 털어놓자면 영화발전기금을 낼 돈도 없다. 모두가 영화관에 오려고 하지 않는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약 37% 이상을 차지하는 위탁 점주들은 사지에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이냐 아니냐를 논하지 말고 모든 영화관에 대한 정부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대로 지속한다면 단언컨대 1년 뒤에는 우리나라에서 영화관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정부 차원에서도 꼭 도와주셔야 하는 시기"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최낙용 대표는 "지난 20년간 변화 없는 영화관 정책의 재검토와 이 재난 상황을 견뎌낼 지원 프로그램이 수립되지 않으면 전국의 독립예술영화관 대부분은 한두 해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하게 될 것"이라며, "영화산업의 지속 가능한 번영을 위해서는 근간이 되는 독립예술영화업계 특히 독립예술영화관의 생존책을 마련해주어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기자회견 하는 영화관 업계 관계자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영화관 업계는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해결책으로 △영화 시장 정상화를 위해 배급사들의 영화 개봉을 독려할 수 있는 '개봉 지원금' 및 관객들의 문화생활 확대를 위한 '입장료 할인권' 지원 △2021년 영화발전기금 납부 전면 면제 △피해 극장들에 실효성 있는 금융 지원 △단계별 음식물 취식 완화 등 실질적이고 과감한 지원책을 정부에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개봉 지원금과 관련해서는 "극장사들은 지난 2월부터 배급사들의 개봉 장려와 관객들의 관람을 위해 할인권을 배포해왔다. 특히 지난 2월부터 관객 1인당 1000원의 개봉 지원금을 배급사에 지급하고 있으나 한계에 도달했다"라며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음식물 취식 완화에 관해서도 "단계별 완화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영관 협회 측은 "음식물 취식에 대한 지나친 제한으로 극장이 기피 시설로 낙인찍혔다. 극장에 코로나 확진자의 방문은 상당수 있었음에도 2차 감염은 전무했다. 인식 개선을 위해서라도 방역 수칙 완화가 필요하다"라고 거들었다.

극장 업계가 정부의 지원을 한 목소리를 낸 건 영화 산업이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사태로 직격탄을 맞으며 존폐 위기에 놓였다. 2020년 전체 극장 관객 수는 전년 대비 74% 감소하며 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화산업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극장이 초토화됨에 따라 그 여파는 한국 영화 업계 전반에 걸친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정부 정책에 따라 띄어 앉기와 운영시간 제한은 물론 철저한 사전 방역 조치로 극장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왔다. 위기 극복을 위해 무급 휴직·운영시간 축소·일부 지점 휴업 및 폐점 등 자구책을 마련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적자 누적, 정부의 각종 재난 지원 정책에서 제외되며 한계에 봉착했다고 입을 모았다.

상영관협회는 "'기생충' '미나리' 등 한국 영화가 국제무대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지금 영화산업을 방치하면 제2의 '기생충', 제2의 봉준호, 제2의 윤여정은 기대할 수 없다"라며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타개를 위해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장기적으로 영화산업을 기간산업으로 보고 과감한 지원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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