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적자전환에도 경영진 보수 2.5배 늘려

2021-05-0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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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 대표 13억 보수 홀로 챙겨, 직원 급여 총액 30% 증가에 그쳐

이상호 11번가 대표(오른쪽)와 11번가 로고. [사진=회사 제공]

SK텔레콤 자회사인 11번가가 지난해 영업이익 적자로 돌아선 상황에서 경영진 보수를 2.5배 가까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6일 11번가가 내놓은 감사보고서를 보면 경영진(등기임원)이 2020년 받은 보수는 모두 13억100만원에 달했다. 전년 5억4100만원 대비 1년 만에 7억6000만원(140%) 증가한 것이다. 이에 비해 일반직원 보수 총액은 같은 기간 659억원에서 856억원으로 30% 늘어나는 데 그쳤다.

13억원이 넘는 경영진 보수는 이상호 대표 한 명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 등기임원 7명 가운데 6명은 모회사인 SK텔레콤에서 급여를 받는 겸직자다. 11번가는 비상장사로 사외이사도 두고 있지 않다.

11번가가 '연봉잔치'를 벌인 반면 실적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매출은 2020년 5456억원으로 1년 전(5305억원)에 비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영업손실은 98억원으로 전년(영업이익 14억원) 대비 적자로 전환했고, 순손실도 같은 기간 51억원에서 296억원으로 커졌다.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11번가가 49% 출자하고 있는 헬로네이처는 만년 적자다. 기업가치는 2020년 말 106억원으로 1년 전(136억원)보다 22% 줄었다.

이런 영향이 쌓이면서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은 2020년 1317억원에 달했다. 그해 11월 보유해온 코리아센터 주식(347만1126주)을 모두 정리해 346억원을 회수하고도 투자 손실을 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1번가는 2020년 적자를 냈지만, 300억원에 달하는 배당금도 지급했다. 우선주를 가진 2대주주 유한회사 나일홀딩스(지분 18.18%)에 250억원을, SK텔레콤(80.26%)을 비롯해 보통주를 가진 주주에는 50억원을 배당했다. 나일홀딩스는 2018년 SK플래닛에서 독립한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한 펀드다.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가 주요 출자자다.

11번가 관계자는 "이상호 대표가 2018년 신설법인 대표로 취임한 이후 1년 만에 2019년 흑자전환을 달성한 것과 작년 어려운 상황에도 거래액 성장, BEP(손익분기점) 수준의 경영 실적을 이뤄낸 것에 대한 평가가 좋게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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