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가장 우세한 것으로 여겨졌던 김기현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됐지만, 양강으로 평가됐던 권성동 의원이 결선 투표 진출에 실패한 것이다. 대신 강성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의원이 결선에 올라섰는데, 의외의 선전에 당 내부에서도 당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김 원내대표는 34표, 김태흠 의원이 30표, 권성동 의원이 20표, 유의동 의원이 17표를 받았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엔 김 원내대표와 권 의원이 양강을 이루고, 김태흠 의원과 유 의원이 10여표 내외를 얻을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투표함을 열어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
권 의원은 앞서 서병수 의원의 ‘탄핵 부정’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우리 당 의원들은 단 1명도 (탄핵 부정에) 동조하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사실상 이를 뒤엎는 투표 결과가 나온 셈이다.
당 한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문제 의식을 갖고 있는 영남 의원 일부가 김태흠 의원을 뽑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친박계 핵심 인사들은 권 의원이 원내대표가 돼선 안 된다는 주장을 폈다고 한다.
반면 김태흠 의원은 비박계 그룹은 물론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도 심하게 각을 세웠던 친박계 인사다. 지난 2019년 말 21대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 3선 이상 중진의 용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홍 의원은 당시 ‘십상시’란 표현을 사용, “이제 친박에서 말을 갈아탄 그들이 개혁을 포장해서 벌이는 정치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무성 전 의원 지원설도 권 의원의 확장성을 저해한 것으로 평가된다. 마포포럼을 이끌고 있는 김 전 의원은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권 의원을 지원했는데, 의원들이 ‘계파 정치’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권 의원이 20표에 그친 것은 의외였다”며 “도로 영남당 프레임, TK표의 분산, 외부에 있는 과거 계파 보스에 대한 반감 등이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본다”고 썼다.
김 원내대표가 선출되며 주호영 전 원내대표의 당권 도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남권의 김 원내대표가 선출되면서, 당 대표는 비영남권 주자가 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붙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초선 의원들의 견제 심리가 발동했다는 해석도 있다.
한편 유의동 의원이 얻은 17표를 두고는 상반된 해석이 나온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유 의원이 약진했다는 평가와 반대로, 결국 4위에 머무르지 않았느냐는 지적도 있다. 다만 약 20%의 의원들이 유 의원을 지지, 유승민계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