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대엽 대법관 후보자는 28일 "대법원장 사법행정권과 인사권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재산비례벌금제'에 대해선 방향성은 공감하나 당장 도입은 어렵다고 밝혔다. 지방세 체납과 관련한 허위 답변 논란에는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천대엽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원장 인사 독점 문제를 지적한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 질의에 "대법원장 사법행정권과 인사권 총량·재량권을 줄이고 궁극적으로는 없애나가는 게 우리(사법부)가 지향해야 할 큰 목표"라고 말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을 이유로 임성근 전 부장판사 사표 수리를 거부한 건 통상적이지 않다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는 "예외적인 사정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여러 다른 사정이 있을 수 있어 일반적인 말씀밖에는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천 후보자가 자동차 지방세를 네 차례 체납하고도 국회 서면답변에 '해당 사실이 없다'고 답한 데 대해서는 "송구하다"면서 "사실을 알았다면 달리 답했을 것"이라고 했다. 스쿨존 규정속도 위반 사례도 있었다는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지적에는 "그런 일이 있다면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피고인 재산액에 따라 벌금을 차등 부과하는 재산비례벌금제에 대해서는 "개인 재산이나 소득을 제대로 파악할 체계를 갖추는 게 먼저"라며 당장 도입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 후보자는 재산비례벌금제와 관련한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벌금형에서 배분적 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성은 공감한다"면서도 "전제 조건이 충족되지 않고서는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국회는 이날 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인준안을 표결한다. 임명동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대법관을 최종 임명한다. 임명 절차를 무사히 통과하면 오는 5월 퇴임하는 검찰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 후임이 된다. 천 후보자가 취임하면 6년 만에 대법관 13명 모두가 비검찰 출신으로 채워진다.
천 후보자는 1964년 2월 부산 출신으로 성도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 21기를 수료했다. 1995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해 부산고법 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등으로 근무했다. 2004년과 2008년 두 차례 대법원 재판연구관도 지냈다.
형사합의부 경력이 많은 천 후보자는 형사법에 정통한 법관이다. 일선 법관들에게 참고가 되는 형사소송 실무제요에 공동 집필진으로도 참여했다.
청렴한 법관으로도 꼽힌다. 지난달 대법원이 공개한 고위법관 재산 현황을 보면 천 후보자 재산은 2억7300만원으로 공개 대상인 144명 중 가장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