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시장 이재준)는 지난해부터 특정 주제에 맞게 책을 추천하는 '북큐레이션(Book Curation)'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사서만의 전문적 북큐레이션에서 동네책방·지역출판사·시민·어린이까지 큐레이터 범위를 넓혀 다양한 책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통해 시민과 소통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예전 독서실 분위기 같은 이미지에서 탈피, '책'을 매개로 변신을 시도해 도서관의 겉과 속을 바꾸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색다른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지역 내 동네서점·출판사와 손잡고 독서 문화 확산에 나서고 있다.
'세계 책의 날'을 맞아 고양시의 소개하는 특별한 도서관을 살펴본다.
◆ '책으로 소통해요'…빅데이터 활용 시민맞춤형 북큐레이션 인기
고양시 도서관센터는 지난해 기준 240만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시민 1인당 2.25권의 책을 확보한 셈이다.
신간과 인기도서를 포함해 시민이 원하는 책을 제때 제공하고자 자료구입비 예산을 늘린 결과다.
확보한 책을 시의적절하게 활용하고자 맞춤형 도서정보제공 서비스인 북큐레이션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빅데이터를 분석, 인기 대출도서를 선별·진열하고, 주제별 최신 동향자료, 미디어 추천자료, 각종 수상작도 수집해 도서관에 전시한다.
보존가치가 높은 자료와 대출 횟수는 적지만 우수한 책을 발굴해 시민에게 추천하기도 한다.
시민들이 원하는 책을 제공하고자 도서관이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북큐레이션을 지양하고, 시민·지역서점·출판사가 참여하는 다양한 북큐레이션을 선보인다.
청소년·어린이 80여명이 참여해 기후 등 환경을 주제로 도서를 발굴하는 북큐레이션 동아리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도서관 주간과 독서의 달에 시민 참여형 북큐레이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19개 도서관별로 동네 책방과 지역 출판사가 신간도서를 홍보하고 특색 있는 도서 목록을 추천하는 코너도 마련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도서관통', '도서발굴단', '사서가 지난달 읽은 책' 등 디지털 큐레이션 서비스도 제공한다.
◆'도서관 맞아?'···북카페·문화살롱·창업공작소로 진화하는 도서관
오는 27일 일산신도시 첫 번째 도서관인 마두도서관이 개관 21년 만에 리모델링을 마치고 문을 연다.
칸막이 좌석으로 가득 찼던 열람실을 없애고, 개방형 독서 공간을 늘렸다. 지역 향토문화에 관한 자료를 총 망라한 특성화 자료실도 확대해 아카이브(Archive, 기록보관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신 트렌드에 발맞춰 미디어 장비를 구비, 창작·편집·송출까지 가능한 1인 미디어 창작실도 새로 설치했다.
화정도서관도 지난해 리모델링해 문을 열었는데, 여느 북카페 못지않은 세련된 인테리어와 문화예술 공연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면서 SNS와 방송에 끊임없이 소개되고 있다.
일산도서관과 별꿈도서관도 벽과 열람실이 없는 '2무(無)' 도서관 컨셉으로, 시민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화도서관에 웹툰·드론·3D프린터·코딩·로봇 등 4차산업 관련 교육이 가능한 '메이커스페이스'가 마련됐는데, 2018년 문을 연 후 700여 차례 교육에 6500명이 수료했다. 창업공작소와 함께 도서관 이용률을 끌어 올리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고양도서관은 덕양구 도내동에 도서관과 체육시설이 겹합된 원흥 복합센터가 오는 2023년 2월 문을 열 예정이다.
◆'도서관은 살아있다'···톡톡 튀는 비대면 도서관 서비스 눈길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고양시 전자자료 이용과 스마트도서관 대출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8만5000권이던 전자책 이용이 지난해에는 13만권으로, 54% 늘었다. 지하철 무인도서대출반납기인 스마트도서관 대출권수도 31% 늘어났다.
시는 시민이 안전하게 도서관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올해 365일 비대면으로 이용 가능한 스마트도서관 2개를 새로 설치한다. 유동인구가 많은 화정·대화·일산역 등 7곳을 포함해 9개로 늘린다. 전자책·오디오북 등 전자자료도 5만5000권에서 5만8000권까지 확충한다.
코로나19로 부족해진 시민문화 생활을 채워주고자 다양한 온라인 문화강좌도 진행한다.
◆'책으로 잇는 독서생태계'···지역서점·지역출판사와 손잡고 독서 문화 확산
고양에는 시립도서관 19개 외에 작은도서관 90여개, 지역서점 30개가 있다.
시는 이들의 독서인프라를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독서생태계 구축사업을 추진한다. 앞선 지난해 '고양책 길지도'를 만들어 시민들에게 제공했다.
온라인서점, 대형서점 탓에 매출이 줄고, 독서인구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역서점과 지역출판사와 상생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서관 자료를 지역서점에서 구입하고, 시민들의 즐겨 찾는 곳으로 자리잡도록 독서동아리 운영도 지원한다. 서점에서 열리는 강연의 강사비와 독서동아리 토론도서 등도 지원한다.
관내 중·고교생에게 1인당 1만5000원 상당의 고양 북페이 상품권을 지급, 학생들이 지역서점에서 책을 구입하도록 하는 '친구야 책방가자'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재준 시장은 "고양은 촘촘한 도서관 인프라로 독서에 최적인 도시"라며 "도서관의 칸막이와 공부방을 없애 시민들이 독서에 푹 빠질 수 있도록 책과 소통 중심의 도서관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