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외치지만…은행 의지도 의문

2021-04-2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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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금융당국이 ‘기준’ 없는 행정을 벌이고 있는 사이 은행들도 ‘보여주기식’ 혁신금융에 그치고 있다. 일부 은행은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 서비스 지정을 받아놓고 일년이 넘도록 사업개시조차 하지 않았다. 은행들이 혁신 없는 혁신금융 서비스를 내놓으며 실적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2019년 4월부터 현재까지 2년 동안 혁신금융으로 지정된 서비스 142건 가운데 은행권 서비스는 11건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의 8%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카드, 보험,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경우 44건의 혁신금융 서비스를 지정받았다는 것과도 비교된다.

출시 실적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금융위로부터 혁신금융 지정을 받고 실제 출시까지 완료한 건은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 △우리은행의 ‘드라이브스루 환전·현금인출 서비스’ △NH농협은행의 ‘인공지능 은행원을 통한 금융상품 예약·상담 서비스’ △IBK기업은행의 ‘은행 내점 고객 대상 실명확인 서비스’ △카카오뱅크의 ‘금융기술연구소’ △대구은행의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 등 6건뿐이다. 이 중에서도 우리은행은 사업을 철수한 상태다.

또한 아직 출시되지 않은 5건 가운데 일부는 계획상 이미 출시를 마쳤어야 했지만,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대구은행의 경우 지난 2019년 항공사 앱을 통해 항공권 구매와 환전 신청을 동시에 하고, 공항에서 체크인 시 외화를 현찰로 수령하는 ‘항공사를 통한 환전서비스를’ 혁신금융으로 지정받았다. 계획대로라면 대구은행은 지난해 4월 관련 서비스를 출시해 혁신금융 특례 기간(2년)인 오는 10월까지 사업성 테스트를 마쳐야 한다. 특례 기간 종료까지 반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서비스는 오는 10월 이후 사업 연장에 대한 금융위의 심사를 받지 못해, 개시조차 못 하고 종료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은행이 지난해 7월 지정받은 ‘지식재산권 신탁 수익증권 발행 서비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는 신탁회사가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지식재산권을 신탁받아 수익증권을 발행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수익증권 투자자를 모집하는 서비스다. 예정대로라면 지난 1월 출시를 마쳤어야 했지만 3개월 넘게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의 혁신금융 서비스의 경우 다른 업권보다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10월 비대면 금융거래 시 실명확인인증표 사진과 고객이 촬영한 얼굴사진을 대조하는 안면인식기술을 활용해 실명확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서비스를 혁신금융으로 지정받았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5월 대구은행이 혁신금융 지정을 받고 출시한 ‘안면인식기술 활용 비대면 실명확인 서비스’와 동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들이 사업의 혁신성이나 성공 가능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혁신금융 건수를 늘리기 위한 보여주기식에 연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에서) 혁신금융 서비스를 무작위로 모집을 했고, 은행들도 서비스 신청이 전혀 없으면 당국 눈치가 보이기 때문에 접수에 나선 것”이라며 “은행이 정말 의지를 가지고 자발적으로 금융혁신을 위한 혁신금융 서비스 접수 및 출시에 나섰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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