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프리미엄' 노린 차익거래 비상…대책은 '글쎄'

2021-04-20 19:00
  • 글자크기 설정

외국보다 높은 코인가격에 해외송금 급증

한도 유지땐 막을 방법없어 자체규제 시급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비트코인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현상을 이용한 차익거래로 해외송금이 급증하는데도 은행들이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고 비트코인 차익거래 해외송금 가이드라인이 없는 현 상황에서, 은행들이 대책을 마련해야 함에도 소극적인 태도로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부분의 은행이 비트코인 차익거래 급증과 관련해 자체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비트코인 차익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해외송금 한도를 손본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앞서 우리은행은 지난 19일부터 비대면으로 중국에 송금할 수 있는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신설한 바 있다.

나머지 은행들은 기존 한도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비대면 해외송금이 가능한 ‘하나EZ’ 한도를 출시(2019년)부터 변동 없이 ‘1일 1만달러’로 유지하고 있으며, 신한은행도 송금 한도를 변함없이 유지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상반기 낮춘 비대면 해외송금 한도 ‘1일 1만 달러’를 현재까지 적용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최근 자금세탁 의심 등을 회피하기 위한 거래로 우려되는 해외송금이 발견되고 있다는 공지만 내렸을 뿐, 해외송금 한도를 변경하지는 않았다.

은행들이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틈을 타 ‘김치 프리미엄’을 이용한 비트코인 차익거래는 급격히 늘었다.

김치 프리미엄은 국내 거래소를 통한 비트코인 시세가 해외 거래소보다 높게 나타나는 현상을 뜻한다. 최근 국내 비트코인 시세가 해외보다 10% 높게 책정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해외에 자금을 보내 비트코인을 구매한 뒤, 디지털 지갑으로 비트코인을 넘겨받아 국내 거래소에서 되파는 방식의 차익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이달 1일부터 16일까지 4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을 통한 개인 해외 송금액은 10억7188만9000달러(약 1조1917억원)로 집계됐다. 아직 이달 영업일이 절반 이상 남았는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은행이 전월 전체 송금액 규모를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중국으로 송금된 금액이 급격히 늘었다. 이달 들어 4대 은행을 통해 중국으로 송금된 금액은 1억6528만1461달러(약 1837억원)로, 전체 송금액의 15.41%를 차지했다. 일부 은행에서는 이달 진행된 대(對)중국 송금이 전달보다 10배 이상 폭증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치 프리미엄이 부각된 시기와 해외 송금 증가 시기가 겹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트코인 관련 거래가 섞여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아직 가상화폐와 관련한 외국환거래를 특정한 세부 규정이 없어 비트코인 차익거래가 의심되는 해외송금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특성상 자금의 출처와 이동을 추적할 수 없는 만큼, 해외송금을 통한 차익거래가 불법 환치기·자금세탁·사기 등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차익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불법 환전 등으로 인한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할 우려도 있다.

현재로서는 해외송금 한도 제한 등 은행의 자체적인 규제 강화가 최선의 대응책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비대면 해외송금 한도가 유지되는 한 비트코인 차익거래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비트코인 차익거래를 활용한 불법 환치기를 막기 위해서는 은행이 더 적극적으로 자체 규제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