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래개구(飯來開口).
밥이 오면 입을 벌린다는 사자성어로 몹시 게으름을 나타내는 말이다. 최근 강원도의 차이나타운 건설 논란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표현이기도 하다.
관련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강원도는 지역 내 춘천과 홍천 인근에 2022년 준공을 목표로 '한중문화타운'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에는 강원도 관광 활성화를 위해 한류 영상 테마파크와 함께 중국 전통 거리, 정원, 식당가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국민이 분노했고 청와대 국민청원에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지난달 29일 올라온 이 청원은 불과 21일 만(4월 18일 낮 12시 기준)에 60만명(59만1192명)에 육박하는 동의를 받았다. 글 작성자의 주장인 “대한민국에 왜 작은 중국을 만들어야 하나”라는 반문에 많은 이가 공감했다는 뜻이다.
해당 청원은 28일 종료된다. 하지만 이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청와대는 관련 답변을 해야 한다. 정부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글 중 30일 동안 20만명 이상 추천 청원에 대해서는 답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일단 “한옥단지이며, 문화관광 콘텐츠 시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그곳에 중국 전통 거리와 식당가 등이 함께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강원도의 사업명인 중국복합문화타운이 아닌 차이나타운이라고 바꿔 부르는 배경이다.
강원도의 의중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하지만, 세계를 휩쓸고 다니는 ‘유커(游客·중국인 관광객)’와 중국의 자본금을 통해 지역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게으른 생각이다. 조금만 고민해도 그 문제점을 수두룩하게 지적할 수 있다.
먼저 중국 전통 거리 조성 등을 보면, 반대로 코리아타운을 가보기 위해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한국인이 있을까. 당연히 유커를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려면 강원도만의 매력이 담긴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요즘 너도나도 유행처럼 내놓는 ‘한류’도 아닌, 강원도만의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강원도는 외국인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다. 설악산과 치악산 등 절경을 간직한 산, 의암호와 춘천호를 두른 빼어난 자연경관, 막국수와 총떡을 비롯한 다양한 먹거리. 열거하면 끝이 없다. 여기에 최근 발굴 중인 중도선사유적지 등도 잘 활용하면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강원도가 이번 계획을 짜며 중국인들에게 투자의 문을 활짝 열어줬던 제주도의 선례를 검토했을까 의문이 든다. 기사 몇 개만 찾아봤어도 지금과 같은 계획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 판단된다.
중국인의 투자와 방문이 빠르게 증가했던 2010년대 중반 '살림이 좀 나아졌냐'는 질문에 많은 제주도민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중국인들끼리만 거래하며, 지역경제를 파괴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발전연구원이 2015년에 낸 보고서 ‘제주지역 중국자본 투자 현황 및 시사점’에 따르면 당시 제주지역 내 중국자본 투자기업 111개 중 43%가 부동산 임대업, 22.8%가 음식·숙박업에 해당한다. 도·소매업도 14.9%였다. 유커들이 중국인 여행사를 통해 한국에 들어와 중국 기업이 세운 숙박업소에서 자며, 중국인들이 세운 상점에서 쇼핑하고 돌아갔다는 근거다.
코로나19로 중국인의 발걸음이 뜸해졌지만, 제주도는 당시 마구잡이식 투자와 유커 유치로 현재 미분양 주택 증가, 자연경관 훼손 등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과거보다 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K-방역으로 우리나라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고, 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의 힘도 더욱 커진 덕분이다.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다만 진정한 문화와 관광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한 ‘성실한 고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