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팹리스, 中 손아귀에] “생존한 게 기적” 수십년 투자해 키워내면 줄매각…기술·인력 다 빠진다

2021-04-07 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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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팹리스(반도체 설계만 하는 회사) 업체가 살아 있는 게 기적 아닌가 생각한다.”

한 팹리스 업체 대표는 6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최근 매그나칩 반도체가 중국 자본에 매각되는 것과 관련해 이렇게 토로했다.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열악한 팹리스 업계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팹리스 업체는 약 100여개다. 영세한 업체를 제외하고 협회에 등록된 곳만 74개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1000여개의 팹리스 업체가 있었는데, 현재는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팹리스는 공장이 없는 대신 인력이 중요하고, 인건비 비중이 크다”면서 “인건비 부문에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니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나마 기술 경쟁력이 있는 곳은 외국 자본에 매각된다. 메모리 반도체 팹리스 기업 피델릭스는 2015년 중국의 반도체 기업 동심반도체에 인수됐다. 피델릭스는 팹리스 업체 중 몇 안되는 D램과 플래시 메모리를 모두 갖고 있는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587억원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매그나칩이 중국 사모펀드 와이즈로드캐피털에 매각된다는 소식에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매그나칩 미국 본사는 지난달 중국 사모펀드와 주식 매각 계약을 체결했고, 현재 한국 정부의 승인을 받는 중이다. 정부는 매그나칩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인지를 심사해 승인할 계획이다.

현행 산업기술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에 따르면 국가로부터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대상기관이 해외 인수·합병, 합작투자 등 외국인투자를 진행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매그나칩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드라이버 구동 칩(DDI) 기술을 가진 회사다. 구동 칩은 OLED 패널에 탑재돼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는 반도체로, 현재 삼성전자·실리콘웍스 등이 설계하고 있다.

다만 매그나칩은 매각이 완료된 이후에도 현재 경영진과 임직원들이 서울, 청주의 사무소와 연구소, 구미의 생산시설 등을 관리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토종 기업인 매그나칩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OLED DDI 기술을 중국에 넘겨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 기술 유출 전례도 있다. 중국의 패널 업체 BOE는 2002년 국내 기업 하이디스를 인수해 핵심 기술만 가져갔다. 하이디스는 2008년 대만의 한 기업에 팔렸고, BOE는 액정표시장치(LCD) 세계 1위에 올랐다.

이에 매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임상택 매그나칩 노조위원장은 오는 8일 경북 구미 사업장에서 ‘중국계 자본 매각 반대 및 고용안전 보장’ 집회를 열 예정이다. 임 위원장은 “중국 자본으로의 매각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팹리스 기업 매그나칩이 중국 사모펀드와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매그나칩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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