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원 팔아 55원 남긴 기업들…코로나19 충격 지웠지만 '불황형 흑자' 지속

2021-04-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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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실적

영업이익 늘었지만 매출은 줄어…삼성전자 제외시 매출·영업이익 모두 '감소'

[자료=한국거래소 제공]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이 지난해 1000원짜리 물건을 팔면 약 55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순이익은 약 32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하반기 들어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 2019년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더 늘어난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여전히 부진한 수익, 매출 감소세 등으로 '불황형 흑자'라는 의견도 이어질 전망이다.

4일 한국거래소와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발표한 '2020사업연도 유가증권시장 12월 결산법인 결산실적'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597곳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을 제외하고 모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은 1961조763억원으로 2019년보다 3.70%(75조4415억원)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107조4072억원으로 3.20%(3조3323억원) 증가했다. 순이익은 63조4533억원으로 18.15%(9조7494억원) 늘었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5.48%로 지난해보다 0.37% 포인트 소폭 상승했고, 매출액 순이익률은 3.24%로 0.60% 포인트 높아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를 제외할 경우에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지난해 매출은 1724조2693억원으로 전년 대비 4.53%(81조8476억원)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1조4133억원으로 6.41%(4조8931억원) 줄었다. 순이익만 51조6645억원으로 3.24%(1조6191억원)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전기가스업을 비롯해 의약품, 전기전자 등의 업종의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상승한 모습을 보였다. 전기가스업의 영업이익은 5조3273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2.01%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기가스업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한국전력의 영업이익은 4조863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해 유가증권시장 영업이익 상위 종목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 의약품과 전기전자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52.11%, 39.04%로 뒤를 이었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의약품과 화학, 종이목재 업종 등에 속한 종목의 영업이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일약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2904억원으로 5414.32% 급증했고, 화학 업종에 속한 덕성은 5565억원으로 1083.22% 증가했다. 깨끗한나라의 영업이익은 5조2063억원으로, 2019년보다 911.26% 늘었다.

영업이익 상위 20개 기업 중에서는 전기전자, 화학 업종에 속한 종목의 증가율이 높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 증가율은 각각 29.62%, 84.34%를 기록했고 LG전자의 영업이익도 31.15% 늘었다. 특히 LG화학의 영업이익은 117.85% 급증했다.

반면 철강금속, 운수장비 업종 내 주요 종목의 영업이익은 2019년보다 하락했다. 포스코(POSCO)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7.89% 하락했고,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영업이익도 각각 33.58%, 22.42% 감소했다.

증권가에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불황형 흑자는 지난해에도 지속됐지만 경기 회복 기대감 등으로 올해에도 실적 개선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장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시즌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실적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회복 기대감과 기저효과에 힘입어 실적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상향 조정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는 올해 코스피 실적 개선 주도 업종으로 대표 종목들에서도 실적 기대감으로 인한 상승 신호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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