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드라마 '철인왕후'를 본 조카가 철종을 가리켜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성군"이라고 이야기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최악의 군주'로 손꼽히는 조선 제25대 왕 철종이 '성군'으로 둔갑했으니 말문이 막힐 노릇이었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많다고 한다. 역사책보다 TV나 유튜브가 더 익숙한 청소년이니, 사실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최근 퓨전 사극 '조선구마사'가 방영 2회 만에 폐지됐다. '퓨전 사극'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 '상상력'이라는 창으로 역사적 사실를 왜곡한 작가의 '역사의식 부재'와 '안일함'이 빚은 참극이었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글은 어떤 무력보다도 파급력이 강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허구의 창작물일지라도 그 안에 실제 역사와 인물이 등장하는 순간, 이는 '사실'로 각인될 수 있다. 이것이 철저한 역사의식 그리고 작품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