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지난 3월 22일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혈전(血栓) 생성 사이에 연관성이 없다”라는 점을 확인하고 “코로나19로 인한 중증 감염과 사망률을 감소시키는 안전한 백신”이라고 강조하며, 접종 지속을 권고했고, 6월 영국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지난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한 만큼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백신만은 꼭 맞아야 한다.
지난 2월 26일 백신 접종을 시작한 이래 3월 24일 0시 현재 누적 접종자 수는 70만3,612명에 불과하고 2차 접종자 수는 1,498명에 그쳐, 아직 집단면역에 필요한 인구(3,627만 명)의 1.94%에도 못 미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인구(5,200만 명) 대비 접종률은 1.35%에 불과하다. 지중해 서쪽 끝에 인구 3만3,000명인 영국령 지브롤터는 세계 최초로 “성인 접종을 마쳤다”라고 선언했고,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의 112%를 접종해 세계 1위로 2차 접종까지 모두 마친 사람은 인구의 52.3%인 452만 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여행 제한 등 코로나 규제 대부분을 풀었고, 다음 달부터는 경제 활동을 전면 재개할 예정이다.
우리는 지금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집단 면역의 길을 가고 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은 험하고도 멀다. 이제 겨우 그 길의 초입에 들어섰을 뿐이다. 초행길에 익숙해지려면 적잖은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 시행착오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집단면역의 조기 달성 성패는 시행착오까지 고려한 방역 당국의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신속한 백신 확보, 체계적 접종 시스템의 가동, 무엇보다도 국민의 백신 접종 의지에 달렸다. 유럽의약품청이 백신과의 연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힌 뇌정맥동혈전증과 파종성 혈관 내 응고 장애는 100만 명당 13명이 생길 정도로 극히 드문 질환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을 믿고 접종 순서가 왔을 때 미루지 말고 차례대로 백신 접종의 팔을 걷어 올려야 한다. 백신 접종은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 것은 물론 집단면역으로 우리 사회 전체의 안전을 지키는 첩경이기 때문이다.
평소 건강하더라도 65세 이상, 만성질환자는 코로나19에 걸리면 위중·중증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망자 통계만 봐도 전체 사망자 중 80대가 55.9%로 단연 높고, 70대 27.8%, 60대 11.6% 순이다. 결국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치명률 또한 가파르게 상승하고,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자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사망과 중증 악화 가능성 또한 훨씬 더 높아진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고령일수록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다행히 3월 23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3월 24일 화이자 백신 25만 명분(50만 회분)이 국내에 들어왔고, 75살 이상 어르신을 대상으로 접종할 계획이다.
세계 105번째로 뒤늦게 백신 접종은 시작되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초기 접종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늦은 시작인 만큼 속도감으로 보완해야 한다. 백신 수급도 원활히 진행되어야 하고, 접종 대상도 대폭 늘려 백신 접종과 집단면역의 속도를 빠르게 높여나가야 한다. 그러나 유럽국가들이 백신 수출 문제를 놓고 충돌하는 등 이른바 ‘백신 이기주의’가 현실화하고 있고,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는 가짜뉴스가 떠돌고 있으며, 접종 기피 현상까지 목도되고 있다. 따라서 백신 수급에 정부 역량을 총 집중하여 적기에 확보하고, 백신에 대한 신뢰를 높이도록 투명하게 백신 정보를 공유하며,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는 아예 발을 못 붙이도록 철저히 파헤쳐 강력한 조치를 하고,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에 동의하지 않은 요양병원·시설 등의 만 65세 이상 입원·입소자와 종사자도 접종 기간 안에 마음만 바뀌면 맞을 수 있도록 하며, 백신 접종 후 휴식이 필요한 경우 등을 고려해 휴가를 권고하는 ‘백신 휴가제’도 서둘러야 도입할 것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