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스트' 변창흠의 퇴장…토지공개념 실험은 실패?

2021-03-24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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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토지공개념 기반으로 공공주도 주택공급 강조

정치권, LH사태 이유로 꼽으며 토지공개념 도입 주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퇴임 수순을 밟으면서 그가 주창해온 토지공개념 실험이 사실상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헨리 조지 신봉자'로 꼽히는 변 장관은 2015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사장 시절 한 언론 기고문에서 "대학 때 헨리 조지라고 적힌 저자의 책 <진보와 빈곤>과의 인연이 오늘의 나를 있게 만들었다"고 할 정도로 부동산 시세차익은 불로소득인 만큼 국가가 환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공동 저자로 이름을 올린 '토지공개념 논의와 정책 설계: 개발이익 공유화 관점에서' 논문에서도 "토지에 대한 규제 완화 조치는 토지 가격을 상승시키고 자산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불로소득과 개발이익에 대한 관리와 환수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논문은 토지의 사적 소유를 비판한 미국의 정치 평론가 토머스 페인과 "소유는 특권과 전제를 낳는 힘의 지배"라고 주장한 프랑스의 사회주의자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 등의 사상을 논거로 삼기도 했다.

그는 학자 시절부터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공자가주택 도입을 주장해 왔다.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 대표 유형이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수분양자에게 건물만 분양하고, 땅은 사업시행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이 보유하는 형태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수분양자가 주택을 팔 때 반드시 공공기관에 처분하도록 의무화해 시세차익을 막는 방식이다.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정책으로 볼 수 있다.

변 장관이 취임 후 내놓은 첫 번째 작품인 2·4대책 역시 사업방식의 주체가 민간에서 정부로 바뀌는 데  방점이 찍혔다. 개발 절차를 단축하는 대신 토지소유자들이 소유권을 정부, 지자체, LH·SH 등 공기업에 넘겨 기존 민간 조합을 해산하고 공공이 사업을 주도하는 방식이다.

급진적으로 흐르던 여권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변창흠의 사의 표명 이후 눈에 띄게 냉각기로 접어들었다.

정부가 토지 이익을 균등하게 배분할 '공공의 선'으로 칭한 공기업에 대한 믿음이 바닥까지 추락했기 때문이다. LH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이번 논란이 현 정권의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다니며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번 사태를 이유로 토지공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등 정부 유력 인사들은 부동산 문제를 언급할 때 조지 헨리를 직·간접적으로 인용해 왔다.

여권이 토지공개념을 정치적 이슈로 꺼내든 것은 집값 상승, 전세난에 이어 LH발 투기 문제까지 불거지며 당장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반시장적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토지공개념을 수면 위로 올리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신도시 계획을 입안한 당사자인 LH 임직원과 공직자의 땅 투기로 사태가 벌어졌는데 공공의 권한을 더 강화하면 도리어 반감만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방식이어서 실행 과정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철저한 사전 연구 없이 시행하는 데 따른 부작용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는 1989년 '토지공개념 3법'이라고 불리는 토지초과이득세·개발이익환수제·택지소유상한제를 도입했으나 재산권 침해 등 이유로 토지초과이득세는 헌법불합치, 택지소유상한제는 위헌 판정을 받아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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