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범야권 단일화 여론조사 경선이 22일 시작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투기 사건으로 정부여당 지지율이 연일 난조를 보이면서, 단일화 승자가 본선에서도 승리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오·안 두 후보 단일화의 승자는 이르면 23일 늦어도 24일엔 가려진다.
이번 단일화의 결과는 서울시장 선거의 판도뿐 아니라 대선을 앞둔 야권의 정치지형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어느 후보가 단일화 경쟁에서 승리하느냐에 따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둘러싼 야권 재편, 국민의힘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에 미칠 영향이 갈린다.
먼저 오 후보가 승리할 경우 제1야당인 국민의힘 중심으로 범야권이 결집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의 가장 중요한 승부처인 서울시민들의 민심이 국민의힘에 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소 난항은 있을 수도 있지만, 윤 전 총장 또한 국민의힘 틀 내에서 정치적 목적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시장 선거 승리로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강화되면, 자연스럽게 윤 전 총장이 제3지대에서 세력화를 시도하기 어렵게 된다.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의원들도 쉽사리 탈당 등의 선택을 결행하기 어렵게 되는 셈이다.
반면 안 후보가 승리할 경우엔 국민의힘의 구심력이 약화된다. 전국 단위 큰 선거에서 5연패를 겪은 셈이 되기 때문에 당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윤 전 총장과 안 후보의 구심력이 강해지면서 대규모로 야권 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대선을 앞둔 이합집산이 시작되는 셈이다.
두 후보의 이날 발언도 이런 상황을 방증한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개혁우파 플랫폼’을 언급한 반면, 안 후보는 태극기 세력까지 포함한 ‘범야권 대통합’을 강조했다. 오 후보는 국민의힘 중심의 야권 재편을, 안 후보는 외부 구심력을 이용한 대통합을 이루겠다는 구상을 설명한 셈이다.
오 후보는 이날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저는 단일화가 되면 바로 윤석열, 김동연, 홍정욱, 금태섭 등 유능하고 정의로우며 합리적인 중도우파 인사들을 넓게 삼고초려해 명실공히 든든한 개혁우파 플랫폼을 반드시 만들어내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고 했다. 안 후보는 유튜브 채널 ‘이봉규TV’에 나와 “윤 전 총장, 금 전 의원을 포함해서 진정한 시민단체들까지 범야권 대통합을 할 것”이라며 “태극기 세력들도 포함해 전부 힘을 합쳐서 국가의 운명을 건 총력전을 하겠다”고 했다.
◆ 安 승리시 김무성 등 구주류 재등판
국민의힘 헤게모니 싸움의 승자도 가려질 것으로 본다. 당 안팎에선 오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경선을 김종인 대 반(反) 김종인 세력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 위원장의 당 운영 방식에 불만을 품어 온 김무성‧이재오 전 의원 등 구(舊) 주류 세력과 복당이 저지된 홍준표‧윤상현 무소속 의원 등이 안 후보를 고리로 김종인 체제를 흔들려고 했다는 것.
실제로 단일화 협상 분수령이던 지난 18일 국민의힘 내부 회의에선 김 위원장의 노선을 지지하는 소장파 세력과 반김종인 세력이 수차례 부딪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무성‧김문수‧이재오 전 의원 등은 두 후보 간 단일화를 압박하며 김 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반면 초선 의원들은 의총에서 “저희들은 협상팀을 믿고 있다”며 협상팀에 힘을 실었다.
오 후보가 승리하면 중도외연 확장 행보를 지속해 온 김 위원장의 노선에 힘이 실리는 반면, 안 후보가 승리할 경우 구 주류 세력의 귀환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보선이 끝난 뒤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에 추후 열릴 전당대회에서 이들의 당권 경쟁이 불가피하다. 한 초선 의원은 “구 주류 정치인들이 안 후보 측에 붙어 있고, 혁신 세력이 오 후보 측에 붙어있는 형국”이라며 “전대에서 일전(一戰)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정진석‧주호영‧조경태‧윤영석 등 당내 중진들과 김무성 전 의원 등이 차기 당 대표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가운데, 초‧재선 그룹에서도 주자를 낼 것으로 보인다. 초선 의원 가운데선 김웅‧윤희숙 의원의 이름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