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은 글로벌 금융 허브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유리하다며 선거제 개편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 측이 대중 제재 가능성을 시사하자 "받은 만큼 돌려주지 않으면 예의가 아니다(來而不往非禮也)"라며 보복을 예고하는 등 충돌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14일 관영 경제일보는 사설을 통해 선거제 개편으로 홍콩의 금융 중심지 기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지난 11일 '홍콩 선거제도 완비에 관한 결의안' 초안을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홍콩 행정장관을 뽑는 선거인단이 친중파로 채워지고 홍콩 내 반중 세력은 입지를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경제일보는 "애국자가 홍콩을 다스리는 건 우수한 경영 환경을 수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자본과 기업은 불안하고 선거 결과가 불확실한 시장을 선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적 조화와 안정은 홍콩이 국제 금융 중심지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또 2019년부터 격화된 반중 시위로 홍콩의 신용등급이 추락하고 외자 유치 규모도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며 홍콩 경제가 추락한 책임을 시위 세력에 전가했다.
경제일보는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에 투자하는 건 본토 기업의 경쟁력과 중국 경제 발전에 따른 이익에 주목하기 때문"이라며 "반중 분자들의 발광은 홍콩이 국가 발전의 큰 흐름에 녹아드는 걸 심각하게 방해했다"고 비판했다.
선거제 개편은 조국에 대한 홍콩 사회의 구심력을 높이고 홍콩의 주인공 지위에도 도움이 된다며 중국의 지원 없이는 홍콩이 독자 생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래 금융은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AI)·블록체인 등 첨단과학기술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만큼 중국의 기술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제일보는 "홍콩의 국제 금융 중심지 지위는 인재 육성과 축적에 달려 있다"며 "어느 인재가 불안정한 도시에 정착하려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서방 세계 맹비난에 中 "자격 없다"
중국이 홍콩 선거제 개편을 강행하자 미국과 EU 등 서방 세계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홍콩의 자치권과 자유, 민주적 절차에 대한 공격"이라며 "오는 18일 열릴 예정인 미·중 고위급 대화에서 이의를 제기할 방침이다.
EU도 27개국 명의의 성명을 통해 "홍콩의 자유와 민주주의, 정치적 다원주의가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파괴되고 있다"며 "중국은 신뢰를 회복하고 (홍콩) 민주 인사에 대한 탄압을 멈추라"고 규탄했다.
주요 7개국(G7)도 우려를 표명하는 성명을 내놨다.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섰고, 조셉 보렐 EU 외교정책 대표도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걸 고려할 것"이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에 대해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비열한 정치 행위"라며 "중국이 코웃음을 쳐도 그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맞섰다.
장샤오밍(張曉明)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 부주임은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홍콩 선거제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해 어느 국가도 왈가왈부할 권리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나와 동료들이 지난해 미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비꼰 뒤 "이 같은 제재에 대해 우리도 '온 게 있는데 가는 게 없으면 예의가 아니다'라는 원칙에 따를 것"이라며 서방 측이 추가 제재를 할 경우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