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 문제는 어떤 산업군보다도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제약사들의 조직 문화 근간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건들이 모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를 극복하며 호실적을 기록하는 등 국민적 관심이 고조된 제약 업계 전반에 찬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4일 제약 업계에 따르면 최근 허가 또는 신고된 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불법 제조하는 기업들의 사례가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비보존제약이 자사에서 제조한 판매용 의약품 4개와 타사에서 위탁받아 수탁 제조한 5개 의약품을 허가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사실을 확인했다. 식약처는 해당 품목을 잠정 제조·판매 중지 및 회수하기로 결정했다.
또 이달 10일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중조단)은 역시 허가된 사항과 다르게 의약품을 불법 제조한 바이넥스의 부산공장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식약처는 바이넥스가 생산하는 당뇨병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등 6개 품목과 위탁 생산을 맡긴 24개 회사, 32개 품목에 대해 바이넥스와 마찬가지로 판매 중지 및 회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건복지부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병·의원 등에 해당 제품에 대한 처방 제한을 요청했다"며 "바이넥스에 대한 현장 조사 및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동제약은 검찰 압수수색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는 최근 서울 서초구 일동홀딩스 및 일동제약 본사 등을 압수수색해 일동제약의 분할 및 주식 보유 변동 관련 자료들을 확보했다.
검찰은 2016∼2017년 지주사 전환을 위한 일동제약의 인적·물적 분할 과정에서 윤웅섭 대표이사를 비롯해 오너 일가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의도적인 주가 부양 등 시세 조종을 한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 중에 있다.
제일약품은 취약한 조직 윤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고용노동부는 제일약품에서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직장 내 괴롭힘 등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제일약품은 임원이 여직원을 폭행한 사건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제일약품 직원 대상 피해 경험 실태 익명 조사에 따르면 11.6%가 본인이나 동료가 직장 내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거나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절반 이상인 53.9%는 최근 6개월 동안 한차례 이상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조사는 전체 직원 945명 중 86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동아제약의 경우 이달 5일 공개된 한 유튜브 동영상 댓글로부터 촉발된 성차별 문제가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모양새다.
동아제약 생리대 제품 할인 협상 콘텐츠가 담긴 이 동영상에 한 누리꾼은 "여자라서 군대에 가지 않았으니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동의하냐", "군대에 갈 생각이 있냐" 등 동아제약 신입사원 채용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적 질문을 받았다는 내용의 댓글을 올렸고 이는 곧 성차별 문제로 이어졌다.
이후 동아제약은 논란이 된 인사팀장에 대해 보직 해임과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지만, 오히려 불매운동 조짐까지 벌어지는 등 논란은 쉽사리 진화되지 않고 있다.
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제약 업계는 사람 생명에 관여하는 집단이라는 점에서 어떤 기업보다도 높은 윤리의식이 요구된다"며 "제약 업계는 과거부터 기업 문화가 보수적이고 경직됐다는 평이 있어 온 만큼, 이번 문제들을 해당 기업만의 일탈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 제약 산업 전반의 성장을 위해서라도 올바른 기업 문화 정립을 위한 자구책 마련과 자성의 시간이 필요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