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아현화재 막아야"...과기부, KT에 통신구 유지관리 의무 부여

2021-03-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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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현지사 화재로 규제 신설..."안전하고 편리한 통신서비스 유지해야"

KT, 동케이블 기반 유선전화 통신망 광인프라로 고도화 작업도 추진

[2018년 11월 24일 발생한 KT 아현국사 화재 현장.[사진=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KT가 관리하는 통신구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 관리해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한다. 2018년 아현지사 내 통신구 화재 이후, 민간 사업자의 영역인 오래된 통신 기반시설 관리상황을 정부가 사전에 감독할 수 있도록 개입한다는 취지다. 이와 함께 KT는 동(銅)케이블 기반의 유선전화(PSTN) 통신선을 광 인프라로 전환하는 성능개선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14일 과기정통부는 '통신구 최소유지관리기준 고시'와 '통신구 성능개선기준 고시' 제정안 두 개를 최근 행정 예고했다.
최소유지관리기준 고시는 KT가 통신구의 안전점검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시행계획과 결과를 과기정통부에 매년 한 번씩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성능개선기준 고시는 KT가 통신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과 사업 시행 결과를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두 제정안 관련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한 뒤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선위원회에 이를 제출할 계획이다.

통신구는 통신국사 사이를 연결하는 동케이블 기반의 PSTN 통신선이 매설된 지하공간이다. 2000년대 전후 도입된 초고속 인터넷이나 인터넷전화 등은 광케이블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 이전에 깔린 유선전화는 여전히 동케이블로 운영된다. 통신구는 현재 KT만 운영하고 있다.

이번 규제는 2018년 발생한 아현지사 화재 등을 계기로 추진됐다. 당시 KT 아현지사 건물 지하에 위치한 통신구에서 발생한 화재로 서울 중구와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일대와 은평구, 경기도 고양시 일부지역의 KT 휴대전화와 초고속 인터넷, IPTV 서비스 등에 통신장애가 발생했다.

이후 정부는 민간 사업자의 관리영역이던 통신구도 정부가 운영상황을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지난해 4월 정부는 '지속가능한 기반시설 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최소한의 유지관리수준을 관리감독해야 하는 시설에 통신구를 포함했다. 이번에 행정예고한 최소유지관리기준 고시와 성능개선기준 고시는 해당 법의 내용을 구체화한 것이다.

정부 개입 필요성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경제·사회의 초연결 지능화, 비대면화에 따라 통신망은 국민생활과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인프라로 성장했다"며 "통신구 재난·사고 발생 시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커졌지만 민간에서 100% 관리하고 있어 정부의 감독기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최소유지관리기준 고시에 따르면 KT는 통신구의 정기안전점검과 정밀안전점검을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그 내용을 매년 1월31일까지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보고해야 한다. 고시는 통신구 구조 별 점검부위와 항목, 결함지수 산정기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KT 직원들이 지난해 11월 통신구와 공동구의 화재를 정확하고 빠르게 감시할 수 있는 ‘DTS 통합 화재수신기’를 테스트하는 모습. 사진=KT 제공]


또한 성능개선기준 고시를 통해 KT는 통신구의 성능 개선을 위해 동케이블을 광케이블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KT가 통신구를 유지관리하는 것보다 광케이블 교체로 성능을 개선하는 것이 유리한지 여부를 판단해 이를 개선하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둔 것이다. 

현재 PSTN 통신장비는 노후화로 유지보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장비 중 제조사에서 권고한 사용연수를 넘은 시설은 지난해 12월 기준 75% 수준이다. 아현화재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통신업계에서는 동케이블 노후화 때문에 피해복구와 장애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보고 있다.

광케이블 전환은 KT 입장에선 서비스 혁신을 꾀할 기반이 될 수 있다. 동케이블은 선 하나당 연결할 수 있는 회선 수에 한계가 있어 케이블 매설공간이 많이 필요하다. 반면 광케이블 기반 신형 교환기 등을 활용하면 선 하나로도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인터넷(IP)TV 등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할 수 있다. KT도 과기정통부와 동케이블 기반 PSTN을 광인프라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지난해부터 논의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통신기본권 보장을 위해 이용자가 원할 경우 PSTN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사업자로 지정돼있다. KT는 동케이블 중심 PSTN 서비스에 지정된 보편적 역무를 완화해 불필요한 투자부담을 줄여줄 것을 요청해왔다. 시내전화 이용자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장비 노후화로 관리비용이 늘어나면서 매년 수천억원대 적자가 발생하면서다. 이에 KT는 낡은 동케이블 대신 광인프라에 투자해 유선 통신망을 고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이번 고시 이후 PSTN의 보편적 역무 완화 등 서비스 영역의 규제 개선여부는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해당 고시는 통신구 시설관리에 대한 내용이며 보편서비스 규제 완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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