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순익 가뭄] ①“믿었던 수수료 너마저”…신뢰 잃은 은행 투자상품 인기 ‘뚝’

2021-03-0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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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신탁·방카 수수료 순익 5년 만에 마이너스

사모펀드 사태 후폭풍…업계 "고강도 규제 계속"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제공]

[데일리동방] 은행권 순익 증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수수료 순이익이 5년 만에 하락했다. 각종 사모펀드와 신탁, 보험 상품을 포함한 방카슈랑스 등을 판매하며 거둬들인 은행 수수료가 줄어든 것이다. 연달아 투자 피해를 안긴 사모펀드 사태와 최근 불어닥친 주식 열풍 등이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SC·씨티)의 지난해 말 기준 수수료 순익은 3조2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1474억원) 감소했다. 2015년 말 마이너스 성장(-1.0%) 이후 처음 기록한 하락세다. 은행별 전체 순익 비중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수수료가 쪼그라들자 수익원 다변화의 필요성이 더 절실해진 상황이다.

먼저 은행 수수료 순익 감소는 2019년부터 대규모 투자 피해를 야기한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환매 중단 논란을 낳은 라임·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에 따른 투자 고객들의 신뢰가 무너진 것이 주효하다. 내부통제 부실 문제와 불완전 판매 실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수수료 순익 창출에 은행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은행이 판매한 펀드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판매 규모도 급감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를 집계해보면 올해 1월 현재 시중은행이 판매한 사모펀드 잔액은 1년 만에 23.9%(5조8981억원) 줄어든 18조7434억원에 머물렀다. 금융권 전체 사모펀드 판매 잔액 중 은행이 판매한 액수도 사모펀드 붐이 일었던 2018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도 은행 수수료 순익에 영향을 미쳤다. DLF와 펀드상품 등을 고위험 상품군으로 분류해 은행 창구 내 모든 판매 과정을 녹음하는 데다 주가연계신탁(ELT) 등 신탁 판매 관련 투자자 보호 조치가 강화됐다. 은행이 취급하는 투자 상품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져 영업점을 찾는 고객수가 줄어든 데다 직원들 역시 상품 판매를 꺼리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특히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빚투(빚내어 주식 투자)'로 대표되는 주식 열풍은 은행 수수료 순익 감소로 이어졌다.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소비자 개인이 직접 상품에 투자하는 문화가 형성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를 보유한 금융그룹은 전체 당기순익이 역대급을 나타냈지만 증권계열이 없거나 은행 자체만으로는 수수료 순익 감소가 직격탄"이라며 "사모펀드 사태 여파가 수그러들지 않는 한 수수료 수익이 반등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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