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백신 굴욕...'먼저 접종해도 韓보다 늦고, 약점 잡혀 덤터기'

2021-03-07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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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30만명 VS 日 3만명'...누적 접종 6배 이상 차이

화이자, 고노 장관 협상 참석 타진에 "총리 나와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내각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정책에서 잇달아 '굴욕'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1주일이나 먼저 백신 접종을 개시했지만, 공급 차질과 관리 미숙으로 접종자 수는 6분의1에 머무르고 있는 데다 여당인 자민당에서조차 백신 구매 계약에서 덤터기를 썼다는 비판까지 직면했다.
 

우리나라(파란색)과 일본(빨간색)의 누적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최소 1회 이상) 추이.[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세계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는 지난 5일 자정 기준 일본에서 최소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의 수는 4만6469명으로 집계했다. 이는 인구 100명당 0.04명에 불과한 수치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17일부터 자국민을 대상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인 'BNT-162b2'의 접종을 개시했다.

반면, 지난달 26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학이 개발한 백신인 'AZD-1222'의 접종을 시작하고 5일에는 화이자 백신의 접종을 허가한 우리나라의 경우 같은 기간 29만6380명이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했다. 인구 100명당 0.58명꼴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을 각각 29만1131명과 5249명이 맞았다.

양국의 백신 접종자 수를 비교할 경우, 우리나라가 일본의 6배 이상으로 빠르게 접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백신 접종자 수를 추월한 기간 역시 불과 사흘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일본은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2만8530명의 접종을 마치고 일왕 탄생일 연휴를 보낸 후 2일까지 누적 3만4772명이 백신을 접종받았지만, 우리나라는 2월26일 첫날 1만8489명이 백신을 맞은 후 이달 1일까지 누적 2만1177명을 기록한 후 2일에는 하루 사이 누적 8만7428명으로 크게 늘었다.

이와 같이 일본의 백신 접종 속도가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은 화이자로부터의 공급량이 당초 계약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과 함께 관리 미숙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화이자와 계약한 1억5700만명분의 백신 중 136명회분 정도만 수령해 공급이 부족한 상태이며, 특수주사기 확보 실패로 인한 1200만명분 손실, 냉동 보관 실수로 인한 1000회분 폐기 등으로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파란색)과 일본(빨간색)의 인구 100명당 코로나19 백신 1회 이상 백신 접종 속도(로그 지수).[자료=아워월드인데이터]


7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당초 스가 내각은 오는 4월1일부터 65세 이상 고령자 3600만명에 대한 우선 접종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이마저도 접종 대상자를 대폭 줄이고 같은 달 12일부터 개시할 예정이다.

공급 부족으로 각 지자체의 백신 접종 일정을 중단하거나 대폭 수정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신문은 일례로 수도인 도쿄도 아다치구를 소개하며, 아다치구는 4월 중순부터 9월 하순까지 매주 2만명을 상대로 접종하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백신 공급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4월 접종 일정 취소를 비롯해 관련 계획을 전명 재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언론들은 백신 접종 속도를 내는데 급한 스가 내각이 화이자 측에 약점을 잡히며 비싼 가격에 백신을 도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이날 교도통신은 당국자가 화이자와의 교섭에서 어려움을 겪자 백신 접종 업무를 총괄하는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 담당상이 "내가 직접 화이자와 얘기하겠다"고 나섰음에도 화이자는 "교섭에 총리가 나오면 좋겠다"고 밝히며 일개 각료를 상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전했다.

통신은 이를 두고 7월 도쿄올림픽 개최와 관리 부실로 인한 백신 손실, 지지율 하락 등의 악조건으로 백신 확보가 절박한 스가 내각이 화이자에 약점을 잡히며 농락을 당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달 26일 관련 협상을 마치고 고노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화이자로부터 오는 6월 말까지 고령자 우선 접종 물량인 3600만명분을 수령하기로 했다고 밝히자, 여당 안에서조차 "약점을 잡혀서 비싼 값에 사게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화이자 측으로부터 당초 물량 공급 시기를 앞당기면서, 웃돈을 더 주었다는 의혹이다.

다만, 아직까지 일본 정부와 화이자 측은 '계약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정확한 백신 공급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사진=교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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