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LG그룹에 따르면 ㈜LG는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구 고문의 계열사 분리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신설 지주사는 LG상사·LG하우시스·실리콘웍스·LG MMA 등 4개 자회사와 LG상사 산하의 판토스를 손자회사로 거느린다. 사옥은 LG상사와 판토스 등이 있는 LG광화문빌딩에 들어선다. 대표이사는 구 고문과 LG상사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송치호 고문이 맡는다. 자산 규모는 7조원 안팎이며 분리 기일은 5월 1일이다.
◆신설 지주사 LX, 럭키금성에서 파생된 영어명 활용
앞서 LG그룹 지주사는 지난 2일 특허전문법인을 통해 특허청에 ‘LX’ 상표와 이미지 90건을 출원했다. 뒤이어 3일에는 ‘LX하우시스’ ‘LX MMA’ ‘LX 판토스’ 등 32건의 상표권을 추가 출원했다. 계열분리가 예정된 기업 3곳의 사명에서 기존 ‘LG’를 떼고 ‘LX’를 붙였다는 점에서, LX가 구 고문의 신설지주 그룹명으로 사용될 것이 유력시 된다.
◆LG그룹 ‘장자 승계-분리 경영’ 원칙, 구본준도 승계
구본준그룹이 LG그룹에 떨어져 나오는 것은 LG 오너 일가 특유의 ‘장자 승계, 형제 분리 경영’ 원칙 전통 때문이다. 지난 2018년 선대 회장인 고(故) 구본무 회장이 별세한 뒤, 이런 전통에 따라 외아들인 구광모 당시 LG전자 상무가 총수 자리에 올랐다. 구 고문은 와병 중인 형(구본무 회장)을 대신해 부회장으로서 총수 대행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조카가 회장에 취임한 직후 고문으로 물러나면서 장자 승계 원칙을 확고히 지켰다. 오는 5월 LX 대표이사로 취임하면 구 고문은 3년 만에 다시 최고경영자로 복귀하는 셈이다.
◆LX, 상사 이끌고 반도체 키워 LG그룹 지원사격
신설 지주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계열사는 LG상사로 점쳐진다. 지주사 대표이사를 LG상사 CEO를 역임한 송 고문이 맡는 것도 그런 맥락으로 읽힌다. 실제로 LG상사의 작년 4분기 기준 자산은 총 5조6600억원으로 신설그룹 자산의 전반을 넘어선다. 작년 전체 매출은 11조2826억원, 영업이익은 1598억원을 기록했다. 높은 매출에 비해 낮은 영업이익률이 아쉽지만, 자회사인 판토스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누적 영업이익이 높은 상승률을 보인 점이 고무적이라, 기업공개(IPO) 작업이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신설 그룹에서 주목받는 곳은 실리콘웍스와 MMA다. 두 곳 모두 수익성이나 성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실리콘웍스는 반도체 개발·제조 기업(팹리스)으로 범LG가 중 유일하게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주력 사업은 LCD(액정표시장치)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들어가는 DDI(디스플레이구동드라이버)로, 비메모리 분야에서 특화된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3~4년 전부터 꾸준히 성장해온 결과, 지난해 사상 처음 1조원 매출을 돌파했다. 국내 팹리스 기업 중 연 매출이 1조원을 넘은 곳은 실리콘웍스가 유일하다.
실리콘웍스는 구 고문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있다. 구 고문은 IMF 위기 후 빅딜로 LG그룹이 반도체 사업을 현대그룹에 넘길 당시 LG반도체 대표이사였다. 못 다한 반도체에 대한 꿈을 LX를 통해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 일례로 작년 LG 임원 인사에서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가 계열분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설 그룹에서 구 고문이 반도체 사업에 힘을 싣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그룹은 신속한 의사결정을 무기로, 성장 잠재력을 갖춘 사업회사를 주력기업으로 키워내 기업가치를 극대화할 것”이라며 “전자·화학·전장사업 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LG그룹도 후방에서 지원사격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