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신한·KB국민·하나·우리·농협)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638조2397억원으로 전달보다 29조원 가까이 늘었다.
이는 정기 예·적금의 경우 같은 기간 자금 이탈이 지속됐다는 점과도 비교된다. 지난달 말 기준 정기예금과 적금 잔액은 지난해 말 대비 각각 2조604억원, 4조7655억원 줄어든 630조3472억원, 36조5555억원을 기록해 두 달 새 6조7000억원이 넘는 금액이 빠져나갔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요구불예금은 자금 이탈을 지속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지난해 말(614조5798억원) 대비 한달 새 10조원 이상 줄어든 603조8823억원까지 쪼그라들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됐던 지난해 상반기에는 갈 곳 잃은 돈이 요구불예금으로 몰렸지만, 시장이 살아나면서 주식·부동산 등으로 투자자금이 빠진 것이다.
시중은행들은 요구불예금 급증에 따라 초저금리 속에도 올 1분기 순이자마진(NIM) 하락을 방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은행의 주요 수입원인 NIM은 2019년 1.5%대에서 지난해 1.3%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아예 없거나 연 0.1%의 초저금리로 조달비용이 적게 든다. 은행 입장에서는 잔액이 많을수록 이자 이익을 올리기 쉽다.
예대율 방어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평균 예대율 잠정치는 98.1%가량으로, 금융당국이 제시한 건전성 기준(100%)을 간신히 맞췄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긴급 대출 수요와 부동산·주식시장 투자를 위한 기업·가계대출이 증가한 반면, 분모 격인 예·적금은 저금리로 이탈을 지속한 영향이다.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요구불예금 증가는 자금을 싸게 조달해 당장 대출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예대율 관리에 도움이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해지가 필요한 은행 예·적금보다 수익률이 좋은 부동산, 주식투자 등 마땅한 투자처를 기다리는 돈이 요구불예금으로 몰린 것”이라며 “요구불예금은 조달비용이 거의 안 드는 만큼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어 NIM과 예대율 관리의 핵심으로 꼽히며,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은행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