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北 경제위기설, 이번엔 진짜 진짜라구?

2021-03-03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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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북한이 경제위기라는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북한 경제가 '고난의 행군' 시절과 같은 미증유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위기의 원인으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가 약방의 감초처럼 따라 다닌다. 이번만은 다르다고 하기까지 한다. 북한이 붕괴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북한 위기론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벌써 몇 십년째 반복되는 타령이다. 북한 경제위기를 말하면서도 정작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상태를 말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말이 없다. 일반적으로 위기는 예측하지 못한 중대한 위협으로 정의된다. 우리도 코로나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아니 세계가 모두 위기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경제가 타격을 받는다면, 한국과 같은 개방경제가 더 많은 타격을 받을지 아니면 북한과 같은 폐쇄경제가 더 큰 타격을 받을지 생각조차 없다. 북한 경제가 워낙 없으니 더 큰 어려움을 받을 것으로 생각할 뿐, 워낙 없기 때문에 피부로 느끼는 어려움은 그다지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모든 것을 자기 위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북제재 문제부터 보자. 유엔 안보리와 미국의 대북한 제재는 코로나 이전이나 이후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대북 제재 자체로 최근 어려움이 더 가중되었다는 것은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엄혹하기는 해도 순응하며 살아온 지도 오래다. 그동안 북한도 나름대로 제재에 적응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설득력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은 홍수나 태풍에 따른 식량 감소와 코로나에 따른 국경 봉쇄, 이와 연결된 대외무역 감소 정도다. 이것이 예측하지 못한 중대한 위협일까? 식량 생산을 보자. 북한의 식량 생산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히 제시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있다고 해도 추측일 뿐이다. 식량이 감소되었어도 그것이 북한 사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며, 주민들이 느끼는 어려움은 어느 정도인지 확실하게 답하기도 어렵다. 분명한 것은 식량 생산 감소에 따라 북한 주민이 느끼는 어려움이 시대에 따라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 주민들은 배급에 익숙해 있었다. 당국이 식량배급을 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북한 주민의 대부분은 장마당이라는 시장과 연결되는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곳에는 교환이 존재한다. 시장이 먹고 살 방도를 스스로 찾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장에서의 교환이 활발할수록 식량 생산 감소가 주는 생활의 어려움은 과거와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북한이 국경을 봉쇄한 것이 경제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도 좀 더 들여다봐야 할 일이다. 북한의 대중국 교역이 크게 감소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이야기다. 2020년 북·중 무역규모는 80%까지 감소했다고 한다(무역협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교역 감소를 경제위기와 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경 봉쇄는 북한이 선택한 조치였다. 교역이 감소한 것은 그 선택의 결과다. 문제는 북한이 봉쇄에 따른 대중국 교역 감소의 파급효과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을까 하는 점이다. 어려움을 수용할 의지가 있었고, 수용할 만했기 때문에 봉쇄를 계속하지 않았겠는가 말이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북한 내부의 심각한 물자 부족이 북한 경제의 구조적인 해체 과정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분석(KDI)은 과대포장이다. 식량문제가 대규모 기근과 난민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언급은 차라리 북한 경제가 붕괴했으면 좋겠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평양종합병원'의 완공이 목표시한을 4개월이나 넘겼어도 문을 열지 못한 것을 들어 북한의 위기로 단정하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병원에 들어갈 최신 의료장비의 구입이 대북 제재로 여의치 않아 그럴 수도 있는데, 이것을 어찌 위기로만 보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 8차 당대회에서 경제 실패를 인정한 것을 두고 북한 경제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는 것도 지나치다. 경제 실패를 인정하는 그 자체는 오히려 북한의 변화를 의미한다. 당면 문제를 직시하고 실패 원인을 찾아서 구조적 변화를 시도하기 위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보려고 한다. 아무리 북한의 제품 포장 기술이 뛰어나다고 이야기하고, 대형마트가 새로운 생활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믿으려고 하지 않는다. 상업 유통과 경공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해도 확증편향에만 사로잡혀 있다. 북한에서 물류·유통을 전문적으로 하고 있는  '연운회사'는 대형트럭 700대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제의 기본인 교환을 일부지만 매개하고 있다는 증거다. 물류 유통과 상업망은 민간 주도로 변화되고 있다. 사유화 현상과 함께 신흥자본가의 시장 장악력은 북한 전역으로 뻗어나고 있다. 이것이 북한 경제를 받치고 있는 힘이다. 북한 경제를 위기로 규정하고, 붕괴할 것으로만 바라보는 것이 능사일까?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고 희망적이지 않겠는가.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북한 내 1200만명, 전체 인구의 47.8%가 만성적인 영양부족 상태에 있다는 것이 북한 위기의 증거가 될 수 없다. 북한 주민들은 지금까지 늘 궁핍한 삶을 살아왔다. 만성적인 영양부족은 늘 반복되는 이야기지만, 북한 경제를 위기로 진단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때마다 위기로 단정해야 하는 새로운 이슈거리다. 하지만 북한 경제는 오늘도 어제처럼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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