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싸는 부정입사자…대구-광주銀 두 지방은행 극명한 '온도차'

2021-03-03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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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은행, 전원 '퇴직 조치' 무게…"법률 검토 끝"

전날 우리은행 부정입사자 전원 퇴직 직접 영향

광주은행은 '관망'…타은행 사례 '강건너 불구경'

은행권 채용비리를 둘러싼 사회적 공분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정 입사자들이 남아 있는 지방은행 간 입장차가 확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DGB대구은행 한 지점 창구의 모습. [사진=대구은행 제공]

[데일리동방] 사회적 공분이 끊이지 않는 은행권 채용 비리와 관련, 부정 입사자들의 퇴직 조치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방은행 간 입장이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부정 입사가 확정된 직원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 대구은행의 경우 적극적인 법률 검토 끝에 '전원 퇴직' 조치로 가닥을 잡아가는 반면, 광주은행은 별도의 계획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우리은행에서 근무중인 부정 입사자 8명에 대한 퇴직 조치가 실행돼 앞서 자진 퇴사한 12명을 포함 20명의 모든 부정 입사자들이 사원증을 반납했다. 대형 은행 중 채용 비리 관련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은 우리은행의 이 같은 조치는 다른 은행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은행처럼 대법원 판결을 받고도 이날 현재까지 부정 입사자들이 근무하는 곳은 대구은행과 광주은행으로 각각 16명, 5명이 남아 있다. 이들 부정 입사자 대다수는 2015~2016년 공채 당시 은행 고위직의 자녀 또는 친익척으로 채용 청탁을 받고 입사한 자들에 해당한다.

우리은행의 퇴직 조치 소식이 전해졌으나 두 지방은행의 온도차는 확연하다. 대구은행은 지난달 부정입사자 1명이 자진 퇴사하면서 남은 16명 직원의 심적 동요가 일어난 데다 은행 측의 법률 검토도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다. 특히 형법상 채용을 청탁한 자와 채용 업무를 담당한 실무자는 처벌할 수 있지만, 정작 부정 입사자에 대한 제재가 불가능한 상황이 대구은행이 처한 난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은행의 조치는 대구은행 입장에서 전례가 됐고 내부적인 법률 검토에 힘을 싣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대구은행은 남은 부정 입사자들을 대상으로 '의원 면직' 처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 전례의 반향이 예상보다 컸고 당행의 내부 검토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마무리 단계의 법률 검토가 끝나는 대로 부정 입사자 퇴직 여부를 조만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광주은행은 다른 은행들의 추이를 관망할 뿐 퇴직 조치와 관련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광주은행 역시 내부 고위 관계자의 자녀들이 채용 청탁으로 입사해 수년째 일선 영업점 등에서 근무 중이다.

더욱이 채용을 청탁한 고위직들은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지만, 최근까지 영전을 거듭하다 정년 가까운 나이에 퇴직한 사실도 알려졌다. 사정이 이런데도 광주은행 만큼은 요지부동이다.

전국적인 이목이 쏠려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부정 입사자의 퇴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지만 광주은행은 "당행의 문제는 다른 곳과 성격이 다르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광주은행 측은 "우리은행을 비롯한 타 은행의 사례를 지켜보고 있지만 (퇴직 조치 등에 대한)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권 전반을 소관하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채용 비리를 둘러싼 하급심이 진행중인 KB국민·하나·신한은행의 재판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 대형 은행의 채용비리 의혹 건수가 우리·대구·광주은행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검찰이 인용한 기소 건수만 봐도 △국민은행 368건 △하나은행 239건 △신한은행 85건이다.

이중 국민은행은 1심 선고에서 기소 인용건수의 절반이 넘는 190건에 대해 부정 채용 판결을 받았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 측은 "(퇴직 조치를 내린 은행 외에) 최종 판결이 나지 않은 은행들이 더 큰 문제"라며 "고위직의 노골적인 청탁 등 다른 은행에 비해 범죄 사실이 명확한 곳들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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