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이 "대북 제재로 북한 주민의 삶이 어려워졌다면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이인영 통일부 장관의 발언을 연이어 반박했다. 북한의 어려움은 대북 제재가 아닌 1년째 국경을 통제하고 있는 북한의 정책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북한은 지난해 1월부터 코로나19 방역조치 차원에서 국경을 사실상 봉쇄했고, 국제사회는 물론 중국·러시아 물자의 보급까지 전면 중단됐다.
나빌라 마스랄리 EU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은 1일(이하 현지시간) 이인영 장관의 인터뷰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의 논평 요청에 "북한 취약계층이 직면한 경제적·사회적 어려움의 주된 책임은 북한 당국의 정책에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은 북한의 이익이 대화의 자리로 돌아와 비핵화를 위한 초기 단계에 참여하는 데 있다는 점을 북한에 설득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완전한 제재 이행이 중요한 도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이 장관은 지난 26일 보도된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제재의 목적이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면 이런 점들은 어떻게 개선하고 갈 것인지 분명히 평가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 국무부도 반박 의견을 밝힌 데 이어 유럽연합(EU)도 반대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국무부는 이 장관의 발언과 관련, "북한의 엄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이 외부 지원을 방해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국경 폐쇄를 비롯해 극도로 엄격한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시행해왔다"며 "이 때문에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신속한 제재 면제에도 도움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품을 전달하려는 인도주의 단체, 유엔기구, 다른 나라들의 노력이 방해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각종 인도주의 물품을 북한에 보낼 준비가 돼 있으나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조치로 국경을 통제하면서, 이를 차단하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국무부가 이 장관의 의견에 반대 의견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도 미국 국무부는 이 장관의 금강산 재개를 위한 제재 해제 발언에 대해 "향후 대북제재는 (현재 검토가 진행되고 있는) 새로운 북한 정책과 궤를 같이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당장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장관은 지난 25일, 세미나 영상축사를 통해 "국제사회가 (북한) 개별방문이 갖는 인도주의적 가치도 함께 고려해 제재에 대해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가라앉는 대로 금강산 개별관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