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사유화' 논란이 일고 있는 임승보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의 '셀프 3연임'을 금융감독원이 사전에 동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임 회장의 셀프 3연임과 관련,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무색해졌다.
대부협회는 24일 서울 중구 협회 대회의실에서 사원총회를 열고 임 회장의 연임을 결의했다. 1300여개 회원사 가운데 516개사가 '백지 위임장'을 보냈으며, 이사회는 이 위임장에 찬성표를 찍었다. 이날 50여개 대부업체 대표들이 참석해 '기권'을 행사했으나, 임 회장의 연임을 막진 못했다. 협회 정관에 따라 회장은 회원사 3분의1 이상이 참석해 과반이 찬성하면 선출된다.
임 회장이 '셀프'로 회장직 유지에 성공하면서 협회 사유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금감원이 임 회장 연임을 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임 회장 연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금감원은 이후 협회 이사회를 사실상 소집했다.
금감원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협회에 △이번 사원총회는 개최하되 △이후 제3 기관(사법기관)의 판단을 받고 △정관을 개정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번 셀프 3연임은 그냥 넘어가지만, 다음에는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관을 바꾸라는 것이다. 협회 이사회는 22일 간담회를 열고 협회 감사나 임 회장 연임을 반대하는 측이 소를 제기하는 조건으로 사원총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최근 정치권까지 문제 삼아 논란이 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감원이 임 회장의 3연임을 사실상 눈감아 준 이유는 협회 정관상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관에는 협회장을 포함한 임원의 자격 조건 등을 규정해 놨으나, 임원후보 추천에 대한 항목은 없다. 임 회장이 '셀프 추천'했음에도, 정관(제33조)에는 이사회 상정안이 찬반 동률이 나올 경우 의장(협회장)이 결정한다고 못 박혀 있다.
임 회장이 의결권을 보유할 수 있느냐가 이번 논란의 핵심 쟁점이지만, 정관(제34조)에는 '이사회와의 이해관계인은 결의에 참가할 수 없다'고만 규정돼 있어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 금감원이 임 회장 연임을 법적 판단에 맡기기로 한 것은 이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7일 이사회는 임 회장을 단독 후보로 상정해 표결에서 반대 5표, 찬성 5표로 동률이 나오자, 임 회장은 본인을 차기 회장으로 추천했다. 임 회장은 이날 의결권을 행사했다. 은행연합회 등 다른 금융협회의 경우 협회장 연임 전례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현직 회장이 차기 회장에 포함될 경우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나오는 것이 관례다.
결국 금감원은 감독 부실로 인해 이 같은 '협회 사유화' 논란을 야기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협회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논란으로까지 번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대부협회 정관은 협회가 출범한 2009년 이후 지금까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임 회장이 3연임을 강행하면서 은성수 위원장의 발언은 무색해졌다. 지난 17일 정무위에서 "(금융단체에서) 회장 선출 시 공모 절차 없이 (회장) 본인을 단독 후보로 추천하는 게 일반적인가"라는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은 위원장은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답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협회에) 자료제출 요구를 하고 검토 중이며 금융위와 합의해서 조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