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BJ철구가 뒤흔든 코인판···투자일까, 투기일까?

2021-02-23 14:28
  • 글자크기 설정

BJ철구, 암호화폐 관련 인터넷 방송 진행···단타로 수익 노려

도박 같은 투자지만 거래소에서 큰 손으로 작용

안전장치 없는 암호화폐 시장, 시세 조작 여부 판단 어려워 논란

"절대 BJ를 따라 하지 마세요."

아프리카TV 유명 BJ '철구(본명: 이예준)'가 암호화폐 관련 생방송을 진행하자 '시세 조작' 논란이 일고 있다. 철구가 방송에서 매수한 암호화폐에는 시청자들의 투자가 몰리면서 거래가와 거래량이 실시간으로 폭등하고 시세 흐름이 바뀌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가 없는 암호화폐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철구 아프리카TV 방송화면]

지난 20일 철구는 아프리카 TV를 통해 암호화폐 투자 콘텐츠를 선보였다. 방송에 따르면 철구는 지인에게 5000만원을 빌려 8분 만에 400만원 수익을 올렸다. 이 모습을 지켜본 시청자 수는 8만명에 달했다. 다음날 철구는 다시 지인들과 모여 시드머니(투자에 사용되는 종잣돈) 2억원으로 암호화폐 투자 콘텐츠를 한 번 더 진행했다. 시청자 수는 전날보다 더 많은 12만명에 육박했다.
특별한 투자 방법은 없었다. 차트 분석은커녕 "이름이 이쁜 것들 위주로 사면된다", "(종목 이름이) 두 글자나 세 글자면 더 좋다" 등 투자보다 도박에 가까운 방법으로 종목을 선택했다. 철구는 방송에서 "도박에서 돈을 못 따는 이유는 따고 못 일어나기 때문"이라며 자신의 행위를 도박에 비유하기도 했다.

이들은 "절대 BJ를 따라 하지 말라"는 문구를 화면에 띄우고 투자는 본인 선택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는 소용없는 경고였다. 오히려 방송 중 시청자들이 모인 대화방에는 종목을 추천하거나 자신이 매수한 암호화폐를 사달라는 글이 빠르게 올라왔다. 일부 시청자들은 매수·매도 여부를 두고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12만명의 팬을 등에 업은 철구는 이내 암호화폐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방송 중 철구가 언급하는 종목은 시청자들까지 몰리며 차트가 요동쳤다. 철구가 "BJ를 따라 하지 마라"고 재차 언급할수록 차트는 더 요동쳤다. 결국 철구는 1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570만원을 벌어들이며 수익 실현에 성공했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방송 이후 철구는 '시세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철구가 방송을 종료하자 상승세를 보였던 종목들이 일제히 하락장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21일 종가 기준 가스, 톤, 밀크, 비트토렌트, 온톨로지가스 등 철구가 방송에서 언급한 암호화폐 대부분은 전일 대비 가격이 올랐지만, 다음 날 곧바로 평균 10% 이상 급락했다.

생방송 중에도 일부 시청자들은 "물타기 하지 마라", "시세 조작으로 신고할 예정이다"며 철구의 투자 방법을 비난했다. 한 시청자는 "방송 당시 초 단위로 매도, 매수량이 급증하는데 시청자까지 몰리니 더 영향력이 컸다"고 말했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센터장은 "시총이 작으면 2억원으로도 가격을 충분히 조정할 수 있다. 순간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행위지만, 시세 조작 문제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박 교수는 "(암호화폐 업계에는) 아직 규제가 없어서 시세조작으로 정의를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철구의 이번 방송은 소규모 암호화폐들이 얼마나 외부 자금 유입에 취약한지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23일 업비트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철구가 언급했던 암호화폐 '톤'은 시가총액이 140억원에 불과하다. 다른 암호화폐 '밀크'는 시가총액이 273억원이다. 철구가 투자한 2억원은 '톤'에서는 시가총액의 약 1.42%, '밀크'에서는 약 0.73%인 셈이다. 이 비율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0.7%보다 많다.

다른 누리꾼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를 언급하며 "머스크가 비트코인을 언급해서 폭등한 건 되고 철구는 안 되냐"고 반박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주식 단타(단기간에 주식을 사고팔아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 전략) 방송도 있다. 사지 말라고 해도 사는 사람들이 문제다"라고 말했다.

현재 암호화폐 업계와 거래소에서는 시세 조작에 대응해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없다. 반면 국내 주식 시장에선 주가가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경우 한국거래소가 투자 흐름에 안정을 주기 위해 주식 매매를 일시적으로 멈추는 ‘서킷브레이커’라는 안전장치가 있다. 서킷브레이커는 선물‧옵션 시장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세 조작에 대한 의미가 없다. 주식이나 다른 선물‧옵션처럼 제도권 안에 있으면 시세 조작으로 문제가 되지만 12만명이든 1000만명이든 제도권 안에 없으면 잃는 사람은 잃고 따는 사람은 따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사진=아주경제DB]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