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를 찾아서] 삼성전자① 승현준 삼성리서치 사장, 본캐는 ‘AI 석학’...부캐는 ‘연기돌’?

2021-02-22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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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이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의 차이는 그 기업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의 재능과 열정을 얼마나 잘 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에 의해 좌우된다.” 토마스 제이 왓슨 전 IBM 회장이 남긴 말이다. 기업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은 최고경영자(CEO·Chief executive officer)의 역할이다. 이는 곧, 기업(Company)은 리더(Chief)의 역량에 따라 흥할 수도, 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기업에서 리더의 역할은 중요하다. 아주경제는 기업(Company)의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는 다양한 C(Chief : CEO or CFO or CTO)에 대해 조명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전문성과 통찰력을 갖춘 최고 수준의 경영만이 생존을 담보할 수 있다. 삼성은 성별과 학벌 나아가 국적을 불문하고 훌륭한 인재를 모셔와야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뉴 삼성 비전’을 밝히며, 외부 인재를 영입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다.

그 후 한 달 만에 세계적인 ‘AI 석학’ 승현준(미국명 세바스찬 승·54)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삼성전자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사장)에 내정됐다. 뉴 삼성을 향한 글로벌 인재 영입의 공식적인 첫 사례가 바로 승 사장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영입 당시 “승 사장을 삼성리서치 소장으로 선임함, 미래 핵심 성장동력인 AI 기술력을 강화하고 AI 관련 사업과 전략을 고도화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승현준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 달 11일 열린 CES 2021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다양한 AI 신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세계적 AI 석학, 삼성전자와 오랜 인연...이재용 부회장의 ‘절대 신뢰’

승 사장은 뇌 신경공학 기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최고 석학 중 한 명으로 불린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벨연구소(벨렙) 연구원,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물리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2005년 이후 관심문야를 신경과학으로 넓히며 2014년 프린스턴대학교 뇌과학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승 사장은 2018년부터는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최고연구과학자(CRS)를 겸임했다. ​삼성전자는 그를 비상근으로 영입하기 위해 ‘CRS(최고연구과학자 : Chief Research Scientist)’ 자리를 만들고 ‘1호 CRS’로 임명했다. 삼성전자 측은 “해당 기술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과 전문성을 보유한 인력을 위해 최고기술책임자(CTO)처럼 C레벨급으로 신설한 직책”이라고 설명했다. 

교수 신분인 그를 ‘비상근 부사장’이란 파격적 대우로 발탁한 이가 바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이 그에게 가지는 절대적인 신뢰를 입증하는 대목이다.

사실 승 사장과 삼성의 인연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이때 호암재단으로부터 호암상 공학상을 수상하며 삼성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승 사장은 뇌 작용을 연구해 공학에 응용할 수 있는 전산수학 모델을 개발해 인공지능 컴퓨터 구현을 선도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차세대 AI 석학으로 국내 언론이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 때였다.

승 사장이 세계적인 AI 석학으로 주목받은 것은 2010년 그가 테드(TED) 강연을 통해 처음 소개한 ‘커넥톰(connectome)’ 연구가 기폭제가 됐다. 커넥톰은 우리 뇌를 구성하는 뉴런(신경세포)의 연결구조와 활동원리가 담긴 뇌의 지도를 말한다. 승 사장은 기존 연구가 등한시한 뉴론 간의 관계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학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2012년 출간한 책 ‘커넥톰: 뇌의 연결은 어떻게 우리 자신을 만드는가’로 커넥톰 개념의 대중화를 선도했다. 19세기 골상학에서부터 첨단 과학기술이 이용되는 커넥톰 연구까지 뇌과학 발달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낸 이 책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논픽션 부문 10대 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가디언은 “하버드에서 물리학을 배우고 현재 MIT 교수인 세바스천 승은 신경과학계의 떠오르는 별이자 정점”이라며 “그의 저서는 우리의 개성이 어떤 커넥톰에서 비롯됐는지와 우리의 복잡한 뉴런 지도를 다루고 있다”고 평가했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이 세계 최대 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1'을 일주일 앞두고 공개한 공식 트레일러 영상에서 익살스런 표정으로 연기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공식 유튜브 캡처]


◆대통령 앞·CES 누비는 ‘인싸’ 사장님...수준급 연기력, 소비자와 친밀감 높여

승 사장은 그동안 인공지능(AI) 포럼, 최대 최대 가전 전시회(CES) 기조연설 등 삼성전자의 여러 주요 행사에 참여하면서 소위 ‘미친 존재감’을 보여왔다. 특히 재미 교포답게 특유의 유머와 제스처를 섞어 자신만만하면서도 재기 넘치는 모습으로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 뺨치는 표현력으로 대중을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그가 2019년 4월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선포식’ 때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에서 강연 하던 중 삼성전자와의 오랜 인연을 소개하며 특유의 유머를 선보인 것은 유명한 일화다.

미국에서 태어난 승 사장은 서른이 되어 서울을 찾아 할머니를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 할머니가 신문을 보여주며 “삼성반도체가 대단해 여기 주식을 사려고 하는 데 같이 가 달라”고 말해 좌중의 폭소를 자아냈다.

승 사장의 부친인 승계호 미국 텍사스대 인문학 석좌교수도 세계적인 석학이다. 평안북도 정주 출신으로 월남해 국군으로 한국전쟁에 참가한 뒤 미국으로 건너 가, 정치철학과 문화철학·문화비평의 대가로 입지를 다졌다.
 

승현준 삼성리서치 소장이 '삼성 AI 포럼 2020'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승현준 사장 주요 프로필

△1966년생 △하버드대 물리학 박사 △1990~1992년 이스라엘 히브리대 박사후연구원 △1992~1998년 벨 연구소(Bell Labs) 연구원 △1998~201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 뇌인지과학과·물리학과 교수 △2014~2020년 미국 프린스턴대 뇌과학연구소·컴퓨터공학과 교수 △2018~2020년 삼성전자 삼성리서치 담당임원(부사장) △2020년~ 삼성리서치 소장(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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